음악과 미술의 천상의 조화를 이루어 낸 작가 김지은

음악과 미술의 천상의 조화를 이루어 낸 작가 김지은

 

 

Q. 안녕하세요. 김지은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김지은 이라고 합니다. 저는 회화를 매개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매체 사이를 오가며 색과 형태들의 조합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입니다.

 

스케치 없이 하나의 우연적 모티브로 작업을 시작하며, 그로부터 점진적으로 파생되는 색과 형태들을 조합해 캔버스 전체로부터 시각적으로 균형있고 조화로운 하나의 상을 이끌어 내는 것에 집중하는 작업을 주로 하고있습니다.

 

 

Q. 본인의 예술적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이나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 독일로 떠날 땐 바이올린을 위한 석사과정에 지원하고자 갔어요. 그런데 독일에 도착해 한달도 채 지나지 않은 때부터 일상에서 조금씩 보이던 많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지내게 된 도시는 정말 작은 도시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 공연장 등 여러 문화공간 및 행사들이 그 도시 속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매우 밀접하게 닿아 있었어요. (뮤지엄 나이트, 음악페스티벌 등등).

 

특히 그때 당시 저에게 전시라는 포맷은 대도시의 산물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 작은 도시에서도 이미 모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형태의 문화로 자리잡아있다는 것이 그 짧은 기간 안에 파악이 됐죠.

 

어렸을 적부터 시각예술분야의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를 선뜻 거스르지 못했는데 여기서는 꼭 이 공부를 지금이라도 시작해봐야겠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 길로 바로 미대 입시 포트폴리오 준비를 시작하며 부모님께 새로운 공부를 해보겠다 말씀을 드렸어요.

 

아마 한국에 쭉 살았다면 그렇게 단번에 결심을 하진 못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독일로 떠나 문화적으로 지리적으로 새로운 환경을 접한 것이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게 된 큰 계기는 맞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마주하던 모든 관계들과 소속된 일에서 멀어져 낯선 곳에서 주어진 혼자만의 시간과 환경이 저에게 잠시 시간을 갖고 다시 새롭게 무엇을 시작해볼 수 있는 힘을 주었던 것 같아요.

 

 

 

Q. 특정 작품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나요?


한국에서의 음대 재학 시절 떠났던 유럽여행에서 실제로 마주했던 그림들 앞에서의 기억 몇 가지가 아직도 생생하게 있습니다.

 

특히 모네의 “수련‘.

 

연못 위 수련들과 빛이 비치는 물을 그려놓은 아주 크고 넓은 그림 앞에서 넋을 놓고 한참 그 앞에 서서 그림을 쳐다보았던 기억이 나요.

 

현대에도 많은 회화들이 있지만 저에게는 아직 과거 특정 시기의 그림들 앞에서 느낄 수 있는 눈이 환해지고 머리에 아무 생각이 없이 그저 그림만 쳐다보고 있어도 좋은 특유의 감각이 있어요. 어떤 지점을 넘어선 그림들은 그에 관한 다른 배경설명 없이도 온전히 그 작품에 빠지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저도 살아가면서 모네, 고흐의 그림처럼 궁극적으로 화면 앞의 관람객이 눈이 환해지고 즐거운 감각을 전할 수 있는 작업을 만들어낼 수 있으면 해요.

 

Q. 작품을 통해 관람객에게 어떤 감정이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아무래도 앞 질문의 답변과 이어지는 면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제 개인적인 성향이지만 다른 시각작품들을 볼 때 화면에서 읽을 수 있는 서사나 상황, 이야기보다 그것을 구성하는 시각적, 물질적 요소들이 먼저 눈에 들어와요. 색채, 질감, 물성, 그리고 그것들의 조합이 주는 감각이요. 이러한 성향 때문에 화면 위에 다른 메시지나 이야기를 담아내기 보단 위의 요소들 자체가 제 작업의 지속적인 주제이자 동시에 가장 중요한 재료이기도 합니다.

 

어둡고 무거운 것보단 밝고 생동감 넘치는 것을 좋아합니다. 밝고 생생한 색채들과 특정한 물성들이 주는 조합에 눈과 머리가 맑아지는 순간들이 있어요. 뭔가에 매료되는 것과 동시에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을 하는데 제 그림을 통해 관람객에게 바로 그러한 시감각적 경험을 끌어낼 수 있다면 해요.

 

 

 

Q. 작품을 시작할 때, 어떤 느낌이나 영감을 얻기 위해 구체적인 준비를 하나요? 예술적 영감을 얻는 장소나 활동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아무래도 스케치 없이 빈 캔버스 위에 즉흥적으로 하나씩 차곡차곡 빈 화면을 채워나가는 다소 직관적인 작업방식을 가지고 있다보니 일상에서 자주 보며 쌓이는 시각적인 정보들이 제 작업의 과정과 결과에도 영향을 많이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모든 종류의 시각적인 소비를 즐겨 하는 편인데요 특히나 스케줄이 없을 때도 밖에 혼자라도 자주 나가는 편이에요. 목적 없이 어딘가를 걸으며 이것저것 보고 오기도 하고, 핸드폰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사진으로 많이 기록해두기도 합니다.

 

휴대폰을 사용할 때에도 여러 그래픽, 포스터들이나 화보 등을 자주 찾아보고 캡쳐도 하며 눈이 가는 이미지들을 필터링 없이 아카이빙 해두는 편입니다. 지금은 직업에서 오는 의도적인 버릇이기도 하겠지만 음악을 전공하던 시절에도 잡지나 이미지들, 상업시설이나 제품들의 패키징, 인테리어, 색감 등을 보는 것들을 좋아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정적이다 보니 외부 환경으로부터 동력을 얻게끔 부러 많이 움직이고 저를 이곳저곳에 (에너지가 움직이는 곳에) 놓아보는 편이에요. 산책도 자주 나가고 리듬 변화가 많은 음악들을 자주 듣기도 하고 새로운 것들을 주기적으로 많이 보려합니다.

 

 

 

 

Q. 자신에게 큰 변화를 일으킨 어떤 경험이나 순간이 있을까요?


크게 기억에 남는 한 지점이 있기보단 매 경험에서 받았던 조금의 영향이 단계적으로 다음의 변화를 이끌었던 것 같아요.

 

무언가를 경험해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어떤 일을 할지 말지 고민을 하는 경우 대체로 해보는 쪽을 선택했던 편이에요. 그렇게 쌓인 경험들 중에서는 특히나 새로운 환경에 나를 놓아봤을 때 비로소 상황과 제가 새롭게 이해되며 무언가가 다시 보이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자주 해오던 패턴이나 익숙한 환경에서 조금만 벗어나보면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저의 어떤 면들이 조금씩 달라질 때가 있어요.

 

그런 경험들을 통해 제가 스스로가 어떤지 새롭게 알기도 하고 저의 어떤 것이 주변의 영향으로 그저 관습적으로 반복해왔을 뿐이었는지 어떤 것이 제가 선택하여 유지하고 있는 저만의 것인지 조금씩 알았던 것 같아요.

 

Q. 바이올린 전공의 연습과 미술에서의 창작과정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결국 두 영역 모두 궁극의 지점에서는 꾸준히 쌓인 연습 및 노력과 그와 더불어 자기만의 색이 드러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과 제가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는 방식의 회화작업과정을 비교해보자면 신체적으로 사용되는 부분들과 시간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큰 차이를 지닙니다.

 

회화는 기록으로서 존재하고 많은 과정들이 켜켜히 쌓인 한 단면으로서 보여집니다. 클래식 음악에서 연주는 연주를 하는 과정/행위 자체가 관객에게 제시되며 굉장히 신체적이고 순간적이며 동적입니다. 또한 그 순간의 울림이 관객에게 전달될 뿐 지나면 실제로는 어떠한 물질적 형태로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음악은 시간의 영역을 포함한 예술이기 때문에 관람객에게 특정한 시간을 자리에 앉아 감상해야하는 어떠한 의무감이 주어집니다.

반면 회화는 한번 슥 보고 지나쳐갈 수도 있지요. 연주는 행위와 과정 그 자체를 보여주기 때문에 완벽한 한 순간을 만들기 위해 수십번의 반복과 단련을 하죠. 그 후 무대 위에 올랐을 때 그동안 쌓은 것들이 배로 발휘가 될 수도 반대로 그 순간을 망칠 가능성도 존재해요.

 

 

그런 이유에서인지 연주를 할 땐 무대 위 상황에서 오는 특유의 날카로움 긴장, 그리고 무언가에 신체가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어떠한 류의 예민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연주의 방식은 개개인이 풀어가야 하는 영역일지라도 연주해야하는 곡의 악보는 이미 존재합니다. 반면 회화는 빈 캔버스에서 시작하여 화면 구성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붓질을 하고 수정할 때에 쓰이는 신체적인 것에 앞서 화면의 구성을 눈으로 확인하고 다시 수정하고 공간 안에서 작품이 어떻게 작용할 지 계산하는 머리의 감각을 더 쓰게 된다는 느낌이 연주를 할 때보다 더 강하게 들어요.

 

반면 귀로 소리를 듣고 몸을 움직여 연습하고 단련하는 과정은 신체적이며 몸이 더 반사적으로 작용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두 분야 모두 관객에게 청각 혹은 시각으로서 감각을 전달한다는 점은 같지만 그것을 전해주기 위해 작업을 쌓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감각은 매번 크게 다름을 느껴요.

 

 

 

Q. 미술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때, 어떻게 접근하나요? 실제 사례나 경험을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먼저 대상이 어느 단계에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그에 따라 가르치는 사람이 전해줄 수 있는 부분과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들은 크게 달라질 것 같아요.

 

작업을 시작해나가는 초기의 단계에 있는 경우,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아이디어와 주제에 관심이 있느냐. 어떠한 매체 혹은 재료를 다루고 싶느냐를 알아야 한다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 초기엔 아이디어로 시작해서 무언가도 구현해보고, 관심이 가는 모든 재료는 일단 어떻게든 다뤄도 보며 구현해내고자 하는 무언가를 찾고, 그것을 찾았다면 엉성하게라도 일단 시작해보고 이것저것 많이 만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제를 심화하고 본인이 해나가고자 하는 방향이 구체적으로 잡힌 경우는 그에 필요한 기술과 여타의 것들은 본인이 스스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과정을 다듬어가며 본인의 스타일이 점점 구체화되기도 하구요. 하지만 초반에는 어떤 접근 방식이 나와 맞는 방식인지, 그리고 여러 방법을 시도 후 나온 나의 결과물에서 일관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어떤 부분인지, 나는 어떤 방법을 선호하고 어떤 것이 중요한지 스스로 파악할 수 있는 과정들을 필수적으로 겪어봐야 비로소 자신이 발전시킬 방향이 드러난다 생각해요. 특히나 이 분야를 새롭게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분들에게 제가 무언가를 알려줄 경우는 이 부분을 많이 열어주려 하는 편입니다.

 

일회성 수업 혹은 콜라주 워크샵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미지를 만들어본 경험이 부족한 참가자들이 콜라주라는 방식을 사용하여 각자가 가져온 신문이나 잡지, 혹은 여러 이미지들을 원하는 대로 자르고 붙이며 이미지 조각들을 통해 화면의 구성을 연습해보는 워크샵이었어요. 여기서는 제가 해오던 방식을 직접 가르쳐주기보다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여러 방식의 접근법을 유도했어요.

 

워크샵 안에서의 몇 가지 미션들을 예를 들어 볼게요. 모든 참가자들에게 종이에 문장이나 단어를 하나씩 적게 하였어요. 그렇게 종이 위에 적힌 문장을 무작위로 서로 교환한 다음, 각자 받은 문장에 걸맞는 이미지를 30분 안에 만들어보게 하였어요. 다른 미션으로는, 무엇이든 자른 이미지 두 조각만의 조합으로 한 이미지를 완성시켜보기, 테이블 위에 이미 잘려져 있는 이미지조각들 중 한 조각을 고른 후 그 조각으로 20분 안에 한 이미지를 완성시켜보기 등 재료 자체만으로 어떤 것을 시작해보는 법, 아이디어 및 언어로 시각 이미지를 구현해보는 것, 물질과 시간적인 제한 조건을 주고 주제는 열어놓은 채 이미지를 만들어보는 법 등을 스스로 시도해 볼 수 있게 다양한 미션들을 진행하였어요.

 

타임리밋을 주는 이유는 경험이 부족할 때 결과물이 본인에게 부족해보일 경우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않고 끝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타임리밋 및 데드라인 설정이 일단 완성을 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엉성하게나마 완성한 것을 쌓아놓고 보면 분명 개개인에게 들어나는 각자의 특성이 있습니다. 그 부분을 조금씩 알아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Q. 독자분들께 하고싶은 이야기와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올해에는 한국에서의 개인전 하나, 그리고 독일과 한국에서 그룹전시를 계획 중에 있습니다. 2년 전 독일에서 한국으로 귀국하였지만 지역적인 제약 없이 앞으로도 꾸준히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을 속에서 배우고 경험하며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해보고 싶어요.

 

또한 올해를 기점으로 독일과 한국, 그리고 시각예술분야와 음악계 사이에서 어떠한 지점들을 잇는 일들을 조금씩 시작해보고자 해요.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작업들을 전시는 물론 다양한 형태로서 보여드릴 계획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작가 김지은 

 

김지은(b.1989)은 한국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독일에서 회화를 공부하였다.

숙명여자대학교 관현악과 바이올린 학사 졸업

뉘른베르크 국립조형예술대학교 석사 및 마이스터슐러 졸업

 

※주요 개인전

2023 Variations, CICA 미술관, 김포, 한국

 

※주요 단체전

2023 Endless Summer, 갤러리로얄, 서울, 한국

2023 Beyond Pitch, Ausstellungshalle, 뉘른베르크, 독일

2022 The Secret Cabinet, The Stroll Gallery, 콰이청, 홍콩

2022 La La La, Sima Galerie, 뉘른베르크, 독일

2021 Hi!A 페스티벌 바이에른, 아에게할레 14, 뉘른베르크, 독일

2021 Salon der Gegenwart, Salon der Gegenwart, 함부르크, 독일

2021 Vis-à-Vis, 바투리나갤러리, 라이프치히, 독일

2020 안스바흐 컨템포러리, 안스바흐 비엔날레, 안스바흐, 독일

2019 많은 것들의 척도에서, 아우스슈텔룽스할레, 뉘른베르크, 독일

2019 빈칸을 채우시오, 에델엑스트라, 뉘른베르크, 독일

 

※수상 및 선정

2022 New Start Culture 국립예술대학졸업생 대상 킥스타터 장학금, 예술기금재단, 독일

2022 데뷔 전시 지원 장학금, LfA 후원은행 및 바이에른 주최, 독일

2021 Young Art and New Way, 바이에른 주립 장학금, 독일

 

●웹사이트

https://www.kim-jieun.com

 

●인스타그램

@jieun_kimi

 

 

[대한민국예술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