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과 함께 내 마음의 봄을 찾아라.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듣는 말이 있다.
“보기에는 걱정 하나 없을 것 같은 너도 걱정거리가 있니?”
다른 사람들에겐 아무 걱정 없이 잘 먹고 잘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 마음에는 겨울 속 찬바람으로 에이는 듯한 시간이 있었다.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하는 힘든 일이 다가온 것이었다.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고 말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라 혼자 전전긍긍할 때였다.
그때 자주 들으며 희망을 잃지 않게 도와준 곡이 있다.
‘너는 헤쳐나갈 힘이 있어….’
‘나는 청력상실도 이겨내고 음악가로 나아갔잖아! 너도 이겨낼 수 있어.’
라고 말해주듯 바이올린 선율과 피아노 선율이 위로해주는 듯한 곡, 바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Op. 24이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1801년 즈음은 베토벤이 음악적으로 큰 성장을 거듭하는 시기였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영향 아래에서 벗어나 그의 개성을 표현할 때였고, 귀족들의 후원도 받고 악보도 출판하여 생계 걱정 없이 피아니스트로 작곡가로 인정받고 있던 때였다.
반면 혼자 감내하기에 벅찬 청력상실을 느끼고 힘들어하던 때이기도 하다.
몇몇 친구에게 절대로 비밀을 지켜달라고 신신당부하며 본인의 귓병이 알려질까 두려워했다. 청력상실로 인해 더는 음악가의 삶을 이어갈 수 없을까 봐 절망적인 마음이 베토벤을 괴롭힐 때였다.
이 곡을 들으면 베토벤은 예술의 의지와 사명감으로 앞으로의 다가올 시련에 대해 맞서 싸우고자 하는 의지와 음악을 향한 그의 뜨거운 사랑을 바이올린과 피아노 선율에 담고 있는듯하다.
1악장은 알레그로(Allegro)로 꽃잎이 봄바람에 살랑이며 춤추듯 피아노의 소리 위에 바이올린 소리가 살포시 얹어지듯 곡이 시작한다. 청력을 상실해가는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베토벤의 의지와 음악을 향한 열정과 소명에 대해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대화를 나눈다. 이어지는 대화에는 청력상실로 인한 힘든 현실과 내면의 갈등을 이야기가 더해지는 듯하다. 자신의 절망적인 고통으로 자신의 음악에 침잠하는 기회로 삼아 더욱 깊이 있는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은 열망을 노래하며 끝을 맺는듯하다.
2악장은 아다지오 몰토 에스프레시보(Adagio molto espressivo)로 매우 느리고 감성적인 선율로 노래한다. 봄의 따스한 피아노 반주의 햇살과 그 햇살이 그윽하게 비치는 차가운 얼음 아래 흐르는 물이 바이올린 선율로 둘은 서로 대화를 나눈다. 자신의 슬픔과 감내해야하는 고통을 친한 친구에게 읊조리는 느낌으로 들려오지만, 그는 따스한 햇살에 얼음이 녹듯 고통에서 희망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듯한 느낌이 드는 악장이다.
3악장 스케르초(Scherzo, Allegro molto)는 경쾌한 템포로 차갑게 언 땅을 뚫고 나오려는 새싹의 노력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듯하다. 베토벤의 음악적 위트를 엿볼 수 있는 악장으로 고통에서도 살아가는 의미와 희망을 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4악장은 론도(Rondo, Allregro ma non troppo)로 주제 선율을 반복하고 변주하는 론도 악장이다. 포근한 피아노 반주를 따라 바이올린은 이야기한다. “나 많이 힘든데…. 내가 힘들다고 포기할 수 없는 건…. 그래 맞아! 음악에 대한 나의 열정과 소명이 있었지~” 하며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대화한다. 자신의 가혹한 운명에 대한 내면의 갈등을 극복하고 희망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악장이다.
이 곡을 들으면 후세 사람들이 붙인 <봄>이라는 부제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듯하다.
차가운 겨울을 이겨낸 새싹들은 혹독한 시련을 이겨낸 영웅과 같은 힘이 느껴진다.
인내하는 그 시간의 위대함이 화려한 꽃잎을 피우듯 나의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준 곡이다.
혹시 여러분들 중 혼자서 감내해야 할 시련이나 고통에 힘들어하면서도 “네가 무슨 걱정이 있냐?”는 말을 듣는 분이 있다면 이 곡을 들으며 각자의 마음을 바이올린 선율과 대화하듯 음악을 들어봤으면 한다. 아마도 베토벤의 강렬한 의지와 사랑의 기운을 느끼며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에게 봄의 활기찬 생명력과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이 곡과 함께 선물하고자 한다.
“인생이란 고뇌 속에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풍요하고 가장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맹 롤랑 <베토벤의 생애> 중

최영민 작가
경북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석사
대구한의대 치유과학과 박사과정중
전 대구과학대학출강
법무보호복지공단 대구지부 심리위원
아카데미 예송 대표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 진행
2024 대한민국 眞心예술대상 수상
[대한민국예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