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민의 마음 클래식

엘가 – 당당히 나아가고자 하는 이를 위한 응원가


장대 같은 빗줄기가 차창을 쉴 새 없이 두드린다.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했지만 이렇게 폭우일지는 생각 못 했다. 갑자기 쏟아지는 강한 빗방울의 두드림이 긴장감으로 전해진다. 익숙한 것에 편안함을 느끼고 새롭거나 예기치 못한 일에 불안을 느끼는 나를 만나게 되는 순간.

 

비슷한 감정을 가진 젊은 직장인을 만났다. ‘나만의 고민이 아니구나’라는 공감이 안정감을 주는 분위기를 만든다. 그 안에서 ‘시도에 대한 실패의 두려움’을 편안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10여 년간 같은 업무로 때론 따분할 때도 있었지만, 편안함을 느끼며 살아오다가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되어 관리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제안받았다는 그, 처음에는 거절할 생각이었으나 이 일을 잘 끝내면 승진할 기회가 주어짐에 고민된다고 했다. 그가 느낀 가장 큰 두려움은 “낯선 도전에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였다. 새로운 역할이 본인에게 잘 맞을지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고 무엇보다 실패가 두렵다는 그는 어릴 적 기억을 조심스레 꺼내놓았다.

 

어머니의 퇴근 시간에 맞춰 식사를 챙겨드리고 싶어 볶음밥을 해놓았는데 칭찬은커녕 맛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어질러진 부엌을 보시고 화를 내셨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할 때면 ‘지금 이 상황에 꼭 그 말을 해야겠어?’라는 어머니의 질책에 무언가 시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털어놓는다.

 

‘회사의 새로운 제안에 관해 솔직한 본인의 생각은 어떠한가요?’라는 질문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그를 위해 함께 들어본 곡은 에드워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Pomp and Circumstance Military Marches Op. 39이었다. 엘가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인 총 5곡으로 이루어진 이 곡의 1번은 'Land of Hope and Glory'라는 이름으로 영국에서 ‘제2의 국가’로 불릴 정도의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이다. 매년 런던에서 열리는 음악제 BBC Proms의 마지막 날에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로열 앨버트 홀과 하이드 파크에 모인 청중들이 트리오 부분에서 가사를 제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제목은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의 대사에서 따온 것으로 그에게 말해주고 싶은 단어, ‘위풍당당’이었다. 이 곡은 엘가가 1905년 예일 대학교 음악 박사 칭호를 받아 사용된 후 영국과 미국의 졸업식에서 자주 연주된다.

 

함께 이 곡을 듣던 그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몇 번 들어본 익숙한 곡이라 편하게 와닿네요….’라며 잠시 침묵한다. 이어 새로운 일에 대해 도전을 하고픈 아니 즐기고픈 마음의 변화를 나에게 들려준다.

 

지금껏 어머니의 바람으로 안정된 직장을 구해 편안히 잘 살아왔지만 늘 온실 속에 갇혀있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기회라 생각하고 새롭게 주어진 일에 도전하고 싶다며 희망을 말하는 그의 눈빛은 더없이 반짝인다.

 

1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영국인들이 이 곡을 들으며 애국심을 느낀 것처럼, 위기의 상황에 긍정 에너지를 주는 이 곡은 위축된 그에게 앞으로 나아갈 자신감을 주는 행진곡이 될 거라 기대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 듯하다.

 

불안한 감정이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인지,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관해 이야기 나누며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새로운 도전을 통해 어떤 성장을 기대하나요?’라는 질문에 한 번도 자신이 결정해본 경험이 없어 두려움도 있지만 설레임 또한 발견한 그.

 

점진적인 변화와 도전에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 성장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는 그를 격려하며 시간을 마무리했다.

 

오늘의 변화가 지속적인 발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진심을 전하니 힘들 때 다시 찾아와도 되는지를 물어보는 그의 눈빛은 벌써 날개를 단듯했다.

 

감정은 삶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준다.

 

부정적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긍정적 감정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다.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단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바른 행동을 선택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힘이라 본다.

 

음악과 함께 감정을 돌보며 행복으로 나아가는 날들이 되길 바라며...

 

 

편안한 영역에서 벗어날 때, 진짜 삶이 시작된다.

-닐 도널드 월시-

 


 

최영민 작가

 

[학력]

경북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석사

대구한의대 치유과학과 박사(ABD)

 

[경력]

전 대구과학대학출강

법무보호복지공단 대구지부 심리위원

아카데미 예송 대표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 진행

 

[시상]

2024 대한민국 眞心예술대상 수상

 

[저서]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예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