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민의 마음 클래식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처럼, 아름답고 푸른 3월을


“3월이 시작되었구나!” 했는데 벌써 2주가 지났다. 새로움이라는 의미로 분주한 3월이다.

 

아이들이 새 학교, 새 학기를 맞이하는 시기가 되면 담임 선생님이 어떨까? 새로운 친구들과는 잘 적응할까? 혹시 학기 초 학급 임원 선출이 있는데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하는 고민 등…. 엄마의 자리에서 고민과 걱정을 내려놓지 못하는듯하다. 이런저런 생각들과 함께 따뜻한 커피 한잔에 아침의 여유를 누리는 나에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우리 아이 나이였을 때 (저만할 때) 부모님의 지적이나 충고가 반갑지 않았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특히 장녀였던 나는 동생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며 더욱 강하게 행동의 제약을 받았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부모님에게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주고 내가 하는 일을 믿어주고 기다려주기를 원했었는데 막상 내가 엄마가 되고 나니 좋지만은 않았던 엄마의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몇백 년 전에도 부모의 고민은 같았나 보다.

 

아들이 궁정 음악가와 같은 안정적인 직업을 구했으면 하는 모차르트의 아버지도, 아들이 모차르트처럼 유명한 음악가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베토벤의 아버지도 그 상황에서 자식의 장래를 걱정하고 큰 노력과 사랑을 표현했을 것이다. 그 걱정과 사랑이 때론 자식들에게 과하거나 아니함만 못할 경우도 있다는 것을 나는 음악가들을 통해 알게 된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버지도 자식 사랑이 만만찮았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Baptist Strauss II)는 1825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이미 빈에서 유명한 음악가였으나 자식들이 자신의 뒤를 이어 음악을 하는 것을 반대했다.

어릴 적부터 음악에 재능이 있는 것을 알고 취미로 음악 하는 것까지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직업으로 음악가가 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다. 특히 장남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은행에 취직하여 안정적인 직업을 구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다행이라 하기도 불행이라 하기도 그렇지만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아버지의 외도로 아버지의 권위를 상실하게 된 후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배우고 연주하게 되었다.

그가 19살 때 자신의 악단을 조직해 직접 작곡한 왈츠나 폴카 등으로 연주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아버지의 명성마저 뛰어넘을 정도의 음악가가 되고 ‘왈츠의 왕’이라는 별칭까지 얻게 된다.

 

1866년 오스트리아는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불과 7주 만에 패배했고 그로 인해 오스트리아의 국민은 실의에 빠졌을 것이다. 패전의 우울감을 달래기 위해 빈의 남성 합창단에서는 국민의 사기를 북돋우고자 당시에 유명하던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에게 합창곡을 의뢰했다. 가사는 합창단의 전속 작사가인 요제프 바일(Joseph Weyl)이 쓰고 남성 합창곡으로 초연했으나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두 달 뒤 열린 파리 만국박람회에서는 관현악곡으로 편곡한 것을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직접 공연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곡의 첫 부분에 나오는 트레몰로는 도나우강이 샘물에서 발원하는 모습의 신비로움을 호른과 함께 묘사하고 있다. 곡 전체에 5개의 왈츠가 펼쳐진다. 2,860km나 되는 긴 도나우강의 흐름이 다양하듯 평화로웠다가 열정적이고 신비롭다가 쾌활한 여러 감정의 표현이 가득하다. 고난과 역경이 함께하고 그것을 극복하고 희망으로 나아가는 우리 삶의 굴곡을 표현하는 듯.

첫 번째 왈츠는 여유로운 리듬의 왈츠로 시작하다가 발랄함으로 변화되고, 두 번째 왈츠는 생기있고 유쾌함에서 풍요로움으로 나아가고, 세 번째 왈츠는 물살이 세어 물이 튕기는 듯한 느낌과 빠른 유속을 나타내는 듯하고, 네 번째 왈츠는 평화로운 선율에 애수 어린 서정적인 분위기로 예전의 강성한 빈을 회상하며 그리워하는 듯하다가 다시 희망과 활기를 되찾는 모습으로, 다섯 번째 왈츠는 목관악기와 현악기의 우아한 주선율에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듯한 첼로의 피치카토 울림 후 타악기가 함께 더해지며 열정을 다해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며 첫 번째 왈츠 선율이 어우러지며 마무리하게 된다.

 

오스트리아 국민의 시름과 절망을 용기와 희망으로 회복하게 해준 곡으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An der schönen blauen Donau Op.314 는 오스트리아 국민의 마음속에 깊이 남았고, 오늘날 오스트리아를 상징하는 곡이 되었다. ‘빈 신년 음악회’는 매년 1월 1일 ‘무지크페어라인(Musikverein) 황금홀’에서 열리는 음악회로 빈 필하모니 관현악단 신년 음악회이다. 이 음악회에서 매년 빠지지 않고 연주되는 곡 중 하나로 오스트리아인 마음속 ‘제2의 국가’가 되었다.

 

만물이 깨어나는 경칩을 지나고 우리는 또 다른 새로움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음악으로 오스트리아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준 것처럼 무언가를 시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왈츠의 리듬과 함께 오늘을 즐길 수 있도록 응원한다. 자기 일을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탁월한 존재가 되길 바라며 실패 또한 성공을 위한 과정임을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네가 진정으로 원하고 되고 싶은 그 사람으로 성장하고 살아가길 바란다.”


 

최영민 작가

경북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석사

대구한의대 치유과학과 박사과정중

전 대구과학대학출강

법무보호복지공단 대구지부 심리위원

아카데미 예송 대표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 진행

2024 대한민국 眞心예술대상 수상

 

[대한민국예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