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가니니 – 서로 다름이 만드는 하모니 ‘꿈을 향해 나아가라’ 어릴 적부터 선생님과 어머니에게서 늘 들어오던 말, 그 꿈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나를 찾아온 어느 젊은이와 찻잔을 마주한다. 어머니와의 관계가 남달리 좋았던 모녀지간, 그녀의 삶의 멘토는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학원을 경영하시면서도 따뜻한 엄마의 역할까지 완벽한, 그녀에겐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아! 나도 자라서 어머니처럼 살아야지’라고 다짐했던 적도 있었다. 차분하고 교양있는 말솜씨로 주위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계신 분이라 조금의 의심도 없이 어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했다. 그런데 대학입시 원서를 쓰는 동안 그녀가 몰랐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게 된다. 평소에는 꿈을 위해 살라고 그토록 말씀하셨지만, 정작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자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사회에서 인정하는 안정된 직업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학교가 지원기준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어머니는 자식을 위하는 마음으로 딸이 앞으로 좋은 대우를 받고, 잘 살아가길 바라는 염원에서 비롯된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동안 어머니가 만들어온 울타리 안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동경하고 따라 하며, 당신이 원하는 시간을 보내
“사람들이 ‘교육이란 어린 나무가 올곧게 자라도록 나무막대에 고정하면서도 가능한 한 순수한 대기 속에서 신선하고 기쁘고 자유롭게 자라도록 해 주는 노력’이라고 이해한다면 우리는 놀라운 교육을 받았다.” - 테오도어 폰타네, 『나의 어린 시절』 중에서 오늘날 여러 학교와 지역 공동체 안에는 이러한 교육의 의미를 조용히 실천하는 프로그램들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매봉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학생 오케스트라 활동이다. 정규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아이들이 음악실에 모여 함께 연습하는 이 시간은, 경쟁보다는 즐거움과 성장에 초점을 둔 배움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2014년, 매봉초등학교의 학부모인 남유경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시작된 이 오케스트라는 지금까지 여덟 차례의 정기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열어왔고, 올해 연말에는 아홉 번째 무대를 준비 중이다. 전문 교육기관이 아님에도 이곳에서 음악을 처음 접한 아이들이 예술 관련 학교로 진학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것은, 음악 활동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깊은 울림을 주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용인문화재단(큰어울마당)의 600석 규모 공연장에서 개최되는 정기 연주회는 매년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전문 연주자가
베토벤 – 삶의 불협화음을 조율하는 지혜 ‘인간사란 수레바퀴처럼 돌고 돌아 같은 사람이 늘 행복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헤로도토스 역사 中- 인생은 생각만큼 쉽지도, 순탄하지도 않다. 누구든 살아가며 시련을 마주하게 된다. 그 순간을 어떻게 맞이하느냐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시간이 지나 그때를 회상하는 날이 오면 자족(自足)하는 날이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불안한 상황에서 어머니가 마음의 평정을 찾아가는 걸 보고, 본인 역시 상담이 필요하다고 여겨 우리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수능 후 낙심이 큰 그녀와 그동안의 시간을 돌이켜보며 자기 이해와 존중으로 나아간다. 오늘은 눈물 없이 담담히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 만났을 땐 눈도 마주치지 않던 그녀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만 닦아낼 때도 있었다. 이제는 생각하기도 싫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던 그 순간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는다. 상담 기간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곡을 다시 듣고자 한다. 그 곡은 바로 베토벤 <현악 4중주 14번(String Quartet No. 14 in C sharp minor op. 131)>이다. 전체 7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서울 반포에서 ‘문클라리넷 학원’을 운영하며 수많은 제자를 배출해 온 문석환 원장은, 연주자이자 교육자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20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덕원예고와 한양대 음대를 거쳐 서울시향 협연, 해외 유학, 다양한 오케스트라 활동에 이르기까지 활발한 음악 여정을 이어왔으며, 현재는 교육 현장에서 후학 양성과 클라리넷 음악의 저변 확대에 전념하고 있다. 그의 음악 인생과 교육 철학, 그리고 앞으로의 꿈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 자기소개 및 프로필“안녕하세요 반포에서 문클라리넷 학원을 운영중인 문석환입니다.프로필을 간략히 소개하면 덕원예술고등학교와 한양대 음대 관현악과를 졸업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덕원예고 오케스트라, 뉴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서울시립대 콩쿠르에 입상하였습니다. 대학교 시절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을 했습니다. 졸업 후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 후 독일아헨음대 대학원과정을 수학했습니다. 귀국 후 아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분당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인 심포니커오케스트라의 멤버로 일본 순회 연주를 다녀왔습니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문클라리넷 학원을 운영하며 후학 양성에 힘
‘세상은 한 가지 길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되내이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얼마 전 수능을 친 딸, 기대보다 낮은 점수에 속상해하는 자식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괴로움이란 한 단어에 담기에는 어려울 정도이다. 딸은 유치원 시절부터 변함없이 품어온 꿈이 있다.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선물하고 싶다는 소망은 한순간의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스스로 실패자라는 낙인을 찍은 듯 모든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딸을 바라보는 엄마 역시도 실패자가 되는 듯하였다. 지금 걱정으로 가득 찬 그녀의 마음으로는 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며, 오늘 만남의 이유에 대하여 절실히 이야기한다. 그런 그녀와 함께 음악을 듣는다. 바로 하이든 (Haydn) <첼로 협주곡 1번 (Cello Concerto No.1 C major Hob. VIIb:1)>이다. 이 곡은 하이든이 에스테르하지 후작의 궁정 악단에서 막 활동을 시작하던 시절에 작곡되었다. 악단의 책임자로서 많은 일을 처리해야만 하는 힘든 조건이었지만, 그의 음악적 꿈을 실현할 기회를 만나게 되었다. 궁정 악장이 된 하이든은 오케스트라를 확장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 그
베토벤과 함께 다시 일어서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호탕한 웃음이 돋보이는 중년 남성은 니체의 말 중 한 구절로 인사를 대신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구의 이야기도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이 옳다고 생각했던 그였다. 생각지 못했던 사업의 실패를 겪으며 세상이 ‘이럴 수도 있구나’라는 혹독한 시련을 마주하고 그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맞이하게 되었다. 처음엔 술로 세월을 보내며 현실을 부정했던 그였지만, 아내의 권유로 책도 읽고 음악을 듣게 되면서 그 인연으로 나를 만나게 되었다. 누군가의 조언도 가식처럼 느껴졌고, 믿었던 이의 배신으로 일상의 대화조차 줄인 그였다. 하지만 베토벤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면 소통을 시작하게 된다. 그동안 함께 해온 베토벤과의 대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을 꼽으라니 이 곡을 선택한다. 바로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피아노 협주곡 5번<Piano Concerto No. 5 in E flat major op. 73 "Emperor">이다. 이 곡이 작곡된 해인 1809년 5월, 나폴레옹 군대가 빈을 점령했다. 오스트리아의 바이에른
모차르트 –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아이가 잘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두 같을 것이다. 사랑의 표현이 각자 다를 뿐….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 ‘이걸 해야 네가 더 잘될 수 있어’라는 아이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한 어머니와의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6개월 전 그날도 오늘처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음악을 들었다. 하지만 그녀와의 첫 만남은 오늘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세상과 조화로움보다는 나만의 울타리가 너무나 높게 만들어진, 어쩌면 외로운 사람이라는 마음마저도…. 그러나 꾸준한 상담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생각으로 그녀의 표정은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존재만으로도 감사하죠’, ‘아들을 믿어요’라는 말로 사랑을 표현하게 된 그녀. 넉넉지 않은 집안에서 성장했다는 어머니는 아들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뒷받침해주고 최고로 키우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 금쪽같은 아들과 소통이 되지 않고 어긋나버린 마음에 속상했던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함께 들었던 음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을 그녀는 한 번 더 듣길 원한다. 그 곡은 바로 모차르트의 <Violin Sonata E minor K. 304>이다. 모차르트 아버지 레오폴트는 아들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마지막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성숙과 인내의 단내가 어우러지는 계절을 맞이한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은 우리의 시공간을 말없이 흘러가고 있다. 봄이 지나기에 다가오는 여름이 있고, 겨울이란 이름이 있기에 다시 맞이할 수 있는 봄이 있듯 이들은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직선형 운동이 아니라 원을 그리듯 순환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흐름 역시 유아기, 청소년기를 지나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왜 이리 힘든지….’ 갑작스럽게 어머니는 암을 진단받았고, 자식으로서 미리 챙겨드리지 못한 죄책감으로 마음이 무너지는 한 중년여성이 상담을 요청하였다. 호스피스 병동에 계신 어머니의 온기가 서서히 식어가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마냥 고통스럽다는 그녀, 사는 게 뭐가 그리 급했는지 미리 병원 한번 모시고 가지 못한 지난날에 후회가 그녀를 짓누르고 있는 듯했다. 어머니의 인생이 메말라가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는 일은 형언할 수 없는 고통, ‘내 마음도 바스락거리는 낙엽 같아요’라는 그녀와 함께 오늘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Vier Letzte Lie
한국피아노앙상블협회가 2026년을 함께 만들어갈 정회원을 모집한다. 단순한 회원 모집이 아니라, 반주 전공자와 솔리스트가 음악적 교감을 나누고, 서로의 소리를 통해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가는 무대에 초대하는 것이다. 한국피아노앙상블협회(KPEA)는 반주전공자와 상주솔리스트음악가로 구성된 국내 유일한 단체이다. 2026년을 맞이하여 4회의 정기연주회와 프로젝트 연주를 앞두고 있는 신선하고 젊은 단체이기도 하다. 최근 8월에 열렸던 정기연주회에서는 이화여대 반주과 교수 ‘피오트르 쿠프카’ 교수의 초청연주로 화려하고 멋진 연주를 하였다. 많은 관객과 호평을 받았고, 특히 대한민국예술신문의 협력과 후원을 받아 연주자들이 좀 더 연주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대표 고유미는, “피아노는 혼자서도 아름답지만, 누군가의 호흡과 만나면 더 큰 감동을 선사한다”며, “이번 모집은 젊은 연주자들이 솔리스트와 함께 성장하고, 음악적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고 전했다. 협회 임원진(김수연ㅣ김현진ㅣ문서정ㅣ최수아)들은 “피아노 한 음 한 음이 다른 악기, 성악과 만나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낼 때, 음악은 비로소 완성된다”며, “2026
베토벤 – 상실 속에서 배운 깨달음 계절의 온도에 따라 마음의 색채는 각기 달라질 수 있다. 단풍잎의 존재는 길을 걷는 이로 하여금 변화하는 계절을 선물하기에 충분하다. 가을은 선선한 바람과 함께 사색의 여유를 안겨준다. 최근 며칠간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특강에 초대되어서인지, 삶의 의미에 관한 생각이 많아진다. 수업 전 특히 우울해 보이던 한 분이 수업 후 변화된 모습을 보며, 과연 삶이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나이가 들었다는 왠지 모를 상실감으로 ‘이제 희망이 없구나!’라고 느끼며 존재의 무력감을 느낀다는 그분은 ‘오늘도 친구가 가자 하니 왔지.’라며 수업 참여 동기를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셨다. ‘나 신경 쓰지 말고 수업해요.’ 넌지시 남기신 그 말에는 ‘남은 삶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데 쉽지 않네.’라는 간절함이 어려있었다. 노화를 신체적 관점에서 보면 성장이 끝나고 쇠퇴하는 시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신적 관점에서 노화를 바라본다면 오늘도 성숙한 변화로 조금씩 나아가는 희망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감사일기를 함께 써 보며 음악을 듣는다. 그 곡은 바로 베토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