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세계 예술의 심장이자 치열한 콘크리트 정글인 뉴욕, 그중에서도 소호(Soho)의 차가운 거리를 걷는 한 동양인 여성이 있다. 무거운 대본 가방을 메고 끊임없는 오디션과 거절의 파도를 온몸으로 맞이하면서도, 그의 눈빛만큼은 정글의 그 어떤 불빛보다 매섭고 단단하다. 미국 페이스 대학교 연기과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입학해 화제를 모으고, 졸업과 동시에 오프브로드웨이 무대 주역을 꿰찬 신인 배우 김채연의 이야기다. 그의 이력은 흥미로운 변주곡과 같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악보라는 엄격한 규칙 안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던 소녀는,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마주한 뮤지컬 무대에 매료되어 인생의 트랙을 완전히 바꿨다. 건반이라는 매개체를 내려놓고 ‘나 자신’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악기로 삼아 독백을 읊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누군가 자신을 선택해 주기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이방인 배우에 머무르지 않았다. 아시안 아티스트들을 향한 현지의 장벽을 마주했을 때, 그는 낙담하는 대신 직접 마이크를 쥐고 무대를 까는 ‘기획자’가 되기를 자처했다. 뉴욕과 LA를 오가며 무대와 스크린, 그리고 기획 영역까지 자신의 영토를 당차게 확장해 나가고 있는 멀티 플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저자 최영민은 독일시를 전공한 나성인 선생을 만나 슈베르트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했다. 그리움과 방랑, 그리고 인간의 깊이—슈베르트를 다시 읽다 ‘가곡의 왕’이라는 익숙한 수식은 때로 한 작곡가의 본질을 가리는 가장 간결한 오해가 된다. 프란츠 슈베르트를 둘러싼 대중적 이미지 역시 그렇다. 그러나 이번 인터뷰에서 드러난 슈베르트는 단지 서정적 가곡 작곡가가 아니라, 시대와 인간의 내면을 관통한 거대한 음악적 사상가였다. 인터뷰이는 슈베르트를 '오스트리아적 교향 세계를 창시한 인물'로 규정한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영향권 안에 있으면서도 결코 그 그림자에 종속되지 않았던 그는, 이후 안톤 브루크너와 구스타프 말러로 이어지는 음악사적 계보를 여는 전환점에 서 있었다. 이는 단순한 장르 확장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내면과 사회적 존재의 균열’을 음악으로 사유한 첫 사례 중 하나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700곡의 침묵”—무명 속에서 완성된 예술가 슈베르트의 생애는 천재성보다 ‘지속’의 서사에 가깝다. 첫 출판작이 나오기까지 10년, 그 사이 이미 700곡 이상의 작품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예술가의 본질을 다시 묻게 만든다
어떤 연주는 기술을 넘어 삶의 서사를 담는다. 바이올리니스트 임현재의 음악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의 연주는 단순한 음의 재현이 아니라 무너짐과 회복, 그리고 다시 살아내는 인간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네 살 때 피아노로 음악에 입문했고,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처음 잡은 바이올린은 곧 그의 삶을 이끄는 언어가 되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성장기를 보낸 그는 일찍이 남다른 음악적 감수성을 드러냈다. 일곱 살, 노스캐롤라이나에서의 한 무대.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의 베토벤 협주곡 연주 전 프리 콘서트에서 ‘바흐 파르티타 3번’을 연주한 어린 임현재의 선율은 깊은 울림을 남겼다. 에네스는 같은 곡을 앙코르로 연주하며 화답했다. 음악이 언어를 넘어 서로를 알아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가 일찍부터 ‘연주자의 길’을 확신했던 것은 아니다. 그에게 음악은 쟁취해야 할 목표라기보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삶의 일부였다. 전환점은 고등학교 3학년, 처음 출전한 ‘싱가포르 국제콩쿠르’였다. 수상이라는 결과도 좋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면의 확신이었다."이 길이 나의 길이구나."그때 비로소 그는 연주자의 삶을 선택했다. 2020년 5월, 커티스 음대 졸업을 앞두고
포항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최원익국내 시립합창단 지휘자 중 가장 젊은 축에 속하면서도, 유럽 정통 합창의 깊이를 체화한 지휘자 최원익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성악가에서 지휘자로, 다시 한국에서 독일로 이어졌던 그의 음악적 여정은 이제 포항의 넓은 바다를 품고 새로운 합창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26년 4월 14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대구 콘서트 하우스 연주를 앞둔 그를 만나 음악 철학과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보았다. 성악가에서 지휘자로, ‘운명적 선택’이 이끈 길어릴 적 피아노 선율과 함께 자란 최원익 지휘자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성악을 전공하며 목소리의 본질을 탐구했다. 졸업 후 시립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던 그에게 찾아온 변화는 선배들의 권유에서 시작됐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는 용기를 내어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그 선택은 성악가 최원익을 지휘자 최원익으로 변모시킨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독일 유학, 거장 빈프리트 톨과의 만남늦은 나이에 결심한 유학길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연령 제한이라는 벽에 부딪혔으나 실력으로 당당히 프랑크푸르트 국립음대에 합격했다. 그곳에서 만난 빈프리트 톨(W
수성아트피아와 지트리아트컴퍼니(G Tree Art Company)의 명품기획공연 <명작을 노래하다>는 실력있는 성악가들과 유럽 현지에서 약 10년간 박물관 도슨트로 활동해 온 콘서트 가이드 김성민의 해설과 함께 음악·미술·유럽 문화가 유기적으로 융합되는 인문 예술 콘서트이다. 단순한 감상이 아닌, 작품이 탄생한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시선, 그리고 인간에 대한 통찰을 음악과 함께 입체적으로 풀어내는 데 목적이 있다. 공연에서는 클로드 모네의 〈파라솔을 든 여인〉,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등 유럽 미술사를 대표하는 명작들이 주요 주제로 다뤄진다. 각 작품은 단순한 이미지 소개를 넘어, 당시 유럽 사회와 예술가의 사유,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의미를, 해설을 통해 깊이 있게 조명받는다. 이러한 미술 해설과 함께, 작품의 정서와 메시지에 맞춰 선별된 음악이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의 목소리로 연주된다. 성악의 풍부한 표현력은 회화가 담고 있는 감정과 서사를 음악적으로 확장시키며, 관객이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통해 작품을 경험하도록 이끈다. 음악과 미술, 해설이 서로를 보완하며 하나의 흐름으
수성아트피아(관장 박동용)와 통영국제음악재단(대표 김일태)은 지난 3일, 기관 간 교류를 통한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 및 문화복지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식에는 양 측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문화도시의 거점 기관이 협력하여 시민들에게 차별화된 문화예술 경험을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기관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 △공연문화 창달 및 향유 기회 확대 △문화예술 진작을 위한 공동사업 및 상호 지원 등이다. 양 기관은 대구와 통영이라는 문화예술 거점 도시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문화예술 콘텐츠의 공동 기획 및 유통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박동용 수성아트피아 관장은 “수성아트피아가 지역을 기반으로 축적해온 공연·전시·예술교육 역량과 통영국제음악재단의 글로벌 네트워크 및 국제음악제 운영 경험이 더해져 시민들에게 한층 확장된 문화예술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다”고 밝혔다. 김일태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는 “양 기관이 보유한 문화적 자산을 적극 공유하여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을 제공하겠다”며 “이번 협약이 단순한 일회성 행사를 넘어, 양 도시의 문화 발전
가을 열매가 스스로 가지를 떠날 만큼 무르익은 상태를 뜻하는 ‘아람’. 이 이름처럼 예아람 학교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품고 있는 ‘예술의 열매’를 길러 사회로 나아가게 하는 행복한 배움터다. 2021년 개교 이후 전국 최초의 문화예술 중점 특수학교로 자리 잡은 이곳은 현재 35학급, 211명의 학생이 함께 성장하며 예술을 통해 삶의 가능성을 확장해 가고 있다.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정서·행동장애, 발달지체 학생들이 어우러져 이 공간에서 성장하며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다. 체험을 넘어 ‘전문성’으로… 예술 중심 교육의 재구성 예아람 학교 교육의 핵심은 ‘경험’이 아니라 ‘전문화’에 있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음악·미술 교과 시수를 다른 특수학교 대비 1.5배~ 2배 가까이 확대하며, 유치원부터 고등, 전공과 과정에 이르는 장기적 예술교육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협력 수업 구조다. 예술 분야 전문 강사와 특수교사가 함께하는 코티칭(Co-teaching) 수업을 통해 교육의 질을 정교하게 끌어올렸다. 1인 1악기 교육 또한 차별화된다. 클라리넷, 색소폰, 현악, 기타, 퍼커션, 마림바, 난타, 실로폰, 피아노 등
(재)수성문화재단 수성아트피아(관장 박동용)는 지난 26일, 미래세대 성장 예술교육 플랫폼으로서의 역할 제시와 지역사회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2026 아테이너 발전포럼’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포럼에는 수성구청 이현직 문화교육국장을 비롯해 지역 문화예술기관장, 유관 단체장, 현장 실무자 등 80여 명이 참석해 객석을 빽빽이 메우며 아테이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진심이 닿았다"… 최고 수준 발제진과 심도 깊은 토론 포럼 기획 단계에서 가장 큰 도전은 아테이너의 핵심 철학인 ‘과정 중심 예술교육’의 가치를 온전히 대변할 최적의 발제자를 섭외하는 것이었다. 특히 교육·예술계의 사업 준비가 집중되는 3월임에도 불구하고, 김주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본부장과 박지숙(서울교대) 교수, 조정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본부장을 비롯해, 아테이너의 콘텐츠 내실화를 위해 힘써온 민하영(대구가톨릭대), 이보람(대구대) 교수 등 아테이너의 진정성 있는 비전에 공감한 국내 최고 수준의 5명의 발제진이 참여해 포럼의 질을 높였다. 현장에 참석한 문예회관 실무자와 기관장들은 ‘과정 중심’ 교육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며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지역사회와 손잡
◆ 전석 초대로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열린 공연 ◆ 가족·직장인·동문·시니어 등 시민 연주자가 참여해 만드는 다채로운 앙상블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 시민이 만드는 열린 음악 무대 (재)수성문화재단 수성아트피아(관장 박동용)는 지역예술문화진흥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민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정기 공연 ‘일요음악회’를 개최한다. ‘일요음악회’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생활음악 단체들의 공연을 통해 시민과 예술의 거리를 좁히고,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만날 수 있도록 기획된 생활 밀착형 공연 프로그램이다. 공연은 4월, 6월, 8월, 11월, 12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일요음악회’는 지역 예술 생태계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지역예술문화진흥프로그램의 또 다른 축으로, 생활 음악 단체의 지속적인 활동 기반을 마련하고 시민 참여형 문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목적을 둔다. 특히 전석 초대 형식으로 운영해 시민 누구나 부담 없이 공연장을 찾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였다. 정기적인 공연 운영을 통해 지역 주민이 일상에서 부담 없이 공연장을 찾고, 음악을 통해 소통하는 문화 경험을 확대해 나간다. 지역 생활음악 단체가 주인공이 되는 무대 ‘
무대를 가득 채우는 테너의 맑고 힘 있는 음성 음성은 때로 백 마디 말보다 강렬한 서사를 전한다. 여기, 이탈리아의 태양 아래서 다져진 정통 성악의 토대 위에 현대 뮤지컬의 화려한 숨결을 불어넣으며 한국 공연예술의 지형도를 넓혀가는 이가 있다.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뮤지컬전공을 국내 최정상으로 이끌며 후학 양성과 예술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황태율 교수다. 한양대학교를 거쳐 이탈리아 오토리노 레스피기 국립음악원을 졸업하기까지, 그는 소리의 본질을 찾아 끊임없이 스스로를 담금질해왔다. 이탈리아 테르니 국제성악콩쿠르 등 유수의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라 보엠>, <리골레토> 등 오페라 주역으로서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이제 그는 그 뜨거웠던 무대 위 경험을 강단으로 옮겨와, 원석 같은 학생들을 보석으로 빚어내는 ‘예술의 조각가’로 헌신하고 있다. 클래식의 엄격함과 뮤지컬의 유연함을 조화롭게 아우르며, 대한민국 예술 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는 황태율 교수. <대한민국예술신문>은 깊은 울림을 가진 그의 목소리를 통해, 예술이 지녀야 할 진정한 가치와 그가 그리는 미래의 무대를 조명해 보았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