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5일 11시 수성아트피아 소극장, 첼로 양성원 연주 후 인터뷰 무대 위에서 울리는 첼로의 음색은 한 인간의 시간을 담는다. 깊은 울림 속에는 시간과 기억, 그리고 인간의 감정이 켜켜이 쌓여 있다. 첼리스트 양성원의 연주는 바로 그런 음악이다. 그의 연주는 단순한 해석이나 기교를 넘어 때로는 깊은 고독처럼, 때로는 삶을 끌어안는 따뜻한 숨결처럼, 삶과 존재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다. 이날 그가 선보인 프로그램의 주제는 ‘낭만’이다. ‘낭만의 원형(바흐) - 낭만의 확장(카사도) - 낭만적 표현의 극대화(코다이)’라는 흐름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낭만적 정신을 조명한다. J. S. Bach | Cello Suite No. 1 in G major, BWV 1007 G. Cassadó | Suite for Solo Cello Z. Kodály | Sonata for Solo Cello, Op. 8 그러나 그가 말하는 낭만은 특정 시대의 음악 양식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감정에 가까운 것이다. “우리는 낭만을 흔히 슈만이나 브람스 같은 작곡가와 연결해 생각합니다. 하지만 바흐 음악도 저에게는 낭만적인 부분이 있고, 그 낭만이 바로크 음악이 혼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낭만은 결국 우리의 희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희망은 우리 인류에 항상 함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낭만이란 결국 희망에서 비롯되는 감정이다. 그 희망은 특정 시대나 민족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공유해 온 감정이라 보았다. 그래서 그의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 문화권의 음악을 하나의 서사로 엮는다. 스페인의 정열적인 색채와 동유럽 트란실바니아 음악의 거친 뿌리, 그리고 다양한 시대의 음악이 하나의 무대에서 만난다.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도 인간의 감정은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음악가의 시간, 삶이 음악이 되는 순간 양성원은 음악가의 성장 과정을 인간의 삶과 깊이 연결해 이야기한다. “20대의 음악가는 무엇보다 잘해야 합니다. 기술적으로 완성도를 보여주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음악가에게 진정한 변화는 그 이후에 시작된다고 그는 말한다. “30대에서 40대 초반이 되면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40대 후반에 이르면 그동안 살아온 삶 자체가 음악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그는 음악 표현을 설명할 때 ‘삶의 세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감정과 경험을 축적합니다. 저는 그것을 삶의 세포라고 생각합니다. 그 세포들을 얼마나 과감하게 음악 속에 담아낼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에게 음악은 의지를 내포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이라 한다. 결국 삶이 하나가 되고 무르익어 순간들이 모여 자신의 스토리텔링이 되는 것으로 보면 시간이 축적될수록 연주는 하나의 서사가 된다. “지금이 음악가로서 제 삶을 가장 즐길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오랜 시간 무대에 서온 예술가의 말 속에는 여유와 확신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 클래식 음악, 인류의 목소리를 이어가는 일 양성원의 음악 세계에는 강한 책임 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그에게 클래식 음악은 단순한 작품의 집합이 아니라 인류가 남긴 목소리의 기록이다. “클래식 음악에는 몇 세기에 걸친 인간의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연주자는 그 목소리를 현재로 다시 불러오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 목소리를 들려주고 또 다음 세대가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전달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그가 스승에게서 배운 중요한 가르침이기도 하다. 음악가의 커리어를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인류의 유산을 이어가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래서 그는 여전히 새로운 작품과 해석에 도전한다. 예술가에게 호기심은 단순한 창작의 동기가 아니라 문화적 책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술은 육체의 한계를 넘어선다 연주자는 결국 육체적 한계를 마주하게 된다. 양성원 역시 그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첼로 연주는 결국 몸을 사용하는 일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한계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예술이 육체적 능력의 한계와 함께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믿는다. 이 지점에서 그는 한 화가를 떠올린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Claude Monet이다. “모네는 시력이 크게 나빠진 이후에도 솔직한 표현으로 새로운 아름다움을 작품에 남겼습니다.” 그에게 모네의 예술은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예술은 어떤 한계 속에서도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예술가의 시선은 10년 후를 향한다 양성원이 삶과 예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저는 항상 이번 주보다 다음 달이 중요하고, 다음 달보다 내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년보다 더 중요한 것은 10년 후입니다.” 지금 당장의 결과와 성과에 집중하는 시대 속에서 아쉬운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활동을 미래 세대의 시간 속에서 바라본다. “제가 지금 쌓는 벽돌 하나하나를 밟고 누군가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면 그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교육과 공연, 그리고 다양한 음악 활동은 결국 다음 세대를 위한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 음악가에게 필요한 것, 균형 음악가의 삶은 깊은 집중을 요구한다. 연습과 연구를 위해 오랜 시간 혼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연주자는 일정한 ‘이기적인 시간’을,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시간은 결국 사회로 돌려주기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그 시간을 통해 더 좋은 음악을 찾고, 청중에게 더 깊은 연주를 들려주고,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오감 중 한 부분이 지쳐있을 때, 예를 들어 청각이 지쳐있을 때 시각적으로 좋은 그림을 보며 충전하는 그는 이러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폭넓은 독서도 이어간다. 역사와 소설, 종교와 철학, 그리고 미래 기술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다. “책만큼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것은 없습니다.”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책을 번갈아 읽는 것도 그의 습관이다. 다양한 언어와 시선을 통해 사고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 음악은 결국 인간의 이야기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는 다시 음악의 본질을 이야기했다. “클래식 음악은 인류의 목소리가 담긴 예술입니다.” 그래서 음악은 단지 과거의 작품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온 시간과 감정, 그리고 희망을 이어가는 기록이다. 특히 첼로는 인간의 음성과 가장 닮은 악기로 불리며 깊은 정서적 공명을 만들어 낸다. 첼리스트 양성원의 음악은 삶을 이해하는 하나의 언어로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그 삶은 어떤 목소리로 다음 세대에 전해질 것인가." [대한민국예술신문 최영민]
금속공예는 기다림과 인내의 예술이다. 은판 하나가 온전한 찻잔이 되기까지 작가는 수만 번의 망치질과 정교한 땜질을 견뎌내야 한다. "금속은 잡념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유영선 명인은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직 금속이라는 한 우물만을 파온 전남의 대표적인 공예 장인이다. 그의 작업은 독창적이다. 담양의 상징인 대나무를 금속과 결합하고, 전통 옻칠과 민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한국적 금속공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최근 광주 예술의 거리에서 선보인 전시는 그가 걸어온 인고의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였다.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차가운 금속을 다독이며 일상의 예술을 실천하고 있는 유영선 명인. 공방 이름처럼 세상에 따뜻한 햇살을 ‘해드리고’ 싶다는 그의 삶과 예술 철학을 10가지 질문에 담았다. [편집실] 1. [공예의 가치] 일상을 예술로 바꾸는 ‘쓰임’의 미학 Q. 명인님께서는 공예가 박물관 유리 뒤에 갇힌 유물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숨 쉬는 존재'여야 한다고 강조해 오셨습니다. 명인님이 생각하시는 공예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답변] "공예의 진정한 가치는 '쓰임'과 '아름다움'의 완벽한 결합에 있습니다. 아무리 화려한 작품이라도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고 장식장에만 있다면 그것은 절반의 생명력만 가진 것이라 봅니다. 찻잔 하나를 들었을 때 느껴지는 적당한 무게감, 입술에 닿는 은의 감촉,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차의 온기가 어우러지는 순간 비로소 공예는 완성됩니다. 일상을 예술로 바꾸는 힘, 그것이 제가 40년 넘게 공예의 길을 걷는 이유입니다.“ 2. [창작 철학] 차가운 금속에 불어넣는 ‘삶의 온기’ Q. 흔히 금속은 차갑고 단단한 물질로 인식됩니다. 하지만 명인님의 작품은 '따뜻함'과 '유연함'이 느껴진다는 평이 많습니다. 차가운 금속에 작가님만의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가장 공을 들이는 지점은 어디인가요? [답변] "금속은 성질이 강하지만,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다스리느냐에 따라 표정이 달라집니다. 저는 은판을 수만 번 두드리는 과정에서 그 금속이 가진 거친 기운을 다독인다고 생각합니다. 직선보다는 부드러운 곡선을 살리고, 은의 맑은 빛에 옻칠의 깊은 색감을 더하는 과정이 바로 '온기'를 입히는 작업이죠. 제 손의 열기와 망치질 소리가 금속 안으로 스며들어, 사용하는 분의 마음까지 데워줄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작업에 임합니다.“ 3. [제작 과정] 망치질과 땜질, 정직한 노동의 시간 Q. 금속공예를 '수만 번의 망치질을 반복하는 인내의 예술'이라 정의하셨습니다. 잡념이 섞이면 금속이 금방 반응한다는 말씀이 인상적인데, 실제 작업 중 몰입의 순간은 어떤 경험인가요? [답변] "망치질은 저에게 정직한 수행과 같습니다. 일정한 리듬으로 망치를 휘두르다 보면 어느 순간 망치 소리와 제 호흡이 하나가 되는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지곤 합니다. 그때의 금속은 더 이상 딱딱한 물질이 아니라 제 손길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느껴지죠. 그 몰입의 시간을 통과해야만 표면이 매끄럽고 기운이 맑은 작품이 탄생합니다.“ 4. [재료의 융합] 담양의 대나무와 은의 운명적 만남 Q. 담양의 대나무 뿌리를 은제 다구에 접목한 시도는 명인님만의 독보적인 시그니처입니다. 전혀 성질이 다른 두 재료를 결합했을 때의 미학적 시너지는 무엇인가요? [답변] "은(銀)은 깨끗하고 살균 작용이 뛰어나지만 열전도가 너무 빠르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담양의 대나무 뿌리는 자연의 거친 질감을 지녔으면서도 뜨거운 열을 막아주죠. 이 두 재료의 만남은 실용적인 해결책인 동시에,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의 완벽한 화합을 상징합니다. 찻물을 부었을 때 손끝에 닿는 대나무의 촉감은 차를 마시는 사람에게 자연의 평온함을 직접 전달하는 매개체가 됩니다.“ 5. [전통의 재해석] 은판 위에 피어난 옻칠과 민화 Q. 은잔 표면에 옻칠을 하고 사군자나 민화를 그려 넣는 작업은 마치 금속 위에 그림을 그리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런 시도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답변] "우리 전통 민화에는 해학과 삶의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은잔이라는 작은 공간 안에 사군자의 기개나 민화의 따뜻한 정서를 담아냄으로써, 한국적 미감의 정수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금속공예가 단순히 금속을 다루는 기술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정서와 문화를 담아내는 그릇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6. [작품의 주제] 금속 속에 흐르는 ‘시간의 흔적’ Q. 2024년 전시 주제였던 ‘금속 속에 흐르는 시간’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40년 외길을 걸어오시면서 작품 속에 담고 싶었던 ‘시간’의 의미는 어떻게 변화해 왔나요? [답변] "젊은 시절에는 완벽한 형태를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봅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빗살무늬 작업들은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감각을 잇는 시도였습니다. 이제 제게 금속공예는 멈춰있는 오브제가 아니라,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함께 나이 들어가며 삶의 흔적을 담아내는 유연한 기록입니다." 7. [열정의 초심] 충장로 금은방에서 배운 집념 Q. 대학 시절, 현장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충장로의 금은방들을 일일일 찾아다니셨던 일화가 유명합니다. 그 시절의 간절함이 현재의 명인님께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답변] "그때는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배움에 굶주려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이론을 배웠다면, 현장에서는 금속이 불길 속에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몸으로 익혔죠. 그때 길러진 '기초 체력'과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40년 세월을 버티게 한 원동력입니다. 지금도 작업이 막힐 때면 그때의 간절했던 초심을 떠올리며 다시 망치를 잡습니다.“ 8. [공간의 의미] 공방 ‘해드리움’에 담긴 진심 Q. 담양 담빛길의 공방 ‘해드리움’은 작가님께 어떤 공간인가요? 이름에 담긴 뜻처럼 대중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답변] "‘해드리움’은 ‘해가 들어온다’는 뜻과 무언가를 ‘해드린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무아지경에 빠져 작업하며 느끼는 행복이 작품을 통해 손님들에게도 전달되길 바랍니다. 문턱을 낮추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차가운 금속에서도 따뜻한 햇살 같은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길 꿈꿉니다." 9. [명인의 책임] 후학 양성과 공예의 지속 가능성 Q. 담양군 공예명인으로서 후배 공예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계십니다. 공예가의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답변] "공예는 머리가 아닌 정직한 손노동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기교는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지만, 작품에 담긴 정성은 숨길 수가 없습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금속과 대화하는 시간을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 정직한 시간이 쌓여야만 비로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 나옵니다." 10. [미래의 비전] 마지막까지 망치를 놓지 않는 현역 Q. 앞으로 명인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마지막 목표나 소망은 무엇인가요? [답변] "거창한 목표보다는, 제가 떠난 뒤에도 제 작품이 누군가의 찻상 위에서 소중하게 쓰이며 '참 따뜻한 작품이다'라는 기억으로 남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명인이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망치 소리가 멈추지 않는 공방을 지키는 '현역 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제 망치질이 누군가의 삶에 작은 위로가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대한민국예술신문 ]
대구한의대학교 부설 치유과학연구소의 겸임, 객원연구원과 함께 경주박물관 금관전시회를 다녀왔다. 치유과학연구소에 대해 알아보고, 그들이 예술과 함께 지향하는 치유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치유과학연구소는 ‘치유’를 특정 치료기법 하나로 한정하지 않고, 심리·신체·생활·문화·기술을 포괄하는 삶의 전반적인 회복 과정으로 바라보는 학제 간 융합 연구기관이다. 연구소는 치유를 문제가 발생한 이후의 ‘치료’가 아니라, 삶의 리듬과 환경 속에서 미리 돌보고 예방하는 통합적 역량으로 이해한다. 그 문제의식은 박물관·미술관 경험을 ‘지식 전달’이 아닌 ‘자아 회복의 경험’으로 재해석한 신라 금관 탐방 세미나에서 구체적 실천으로 구현됐다. 연구소가 던지는 질문은 명료하다. '치유는 어떻게 과학이 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과학은 어떻게 다시 사람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1. 치유를 '삶의 회복 과정'으로 정의하는 학제 간 융합 연구기관 설립 목적은 분명하다. 치유과학 기반의 융복합 연구를 통해 예방 중심의 통합심리치유 모델을 구축하고, 연구 성과가 학문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와 정신건강 증진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연구실 안에서 끝나는 치유가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치유를 만드는것이 목표이다. 운영 측면에서도 연구소는 학술 생태계를 중시한다. 연구총서와 학술지 발간, 정기 세미나와 연구발표회 개최, 치유 관련 연구자료의 발굴·수집, 국내외 연구기관과의 지속적 교류를 통해 치유과학을 독립된 연구 영역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목표다. 2. 연구 구조의 특징 : '근거 – 표준화 – 확산'이 순환하는 4대 연구축 연구소의 큰 특징은 연구 구조에 있다. 연구소는 ▲통합정신치유 ▲자연·영양치유 ▲디지털 치유기술 ▲임상평가·적용이라는 네 가지 세부 연구 분야를 중심으로, 기초 연구에서 임상, 평가, 실제 적용까지 이어지는 연속적 연구 구조를 갖춘다. 이는 치유를 개념이나 체험에 머물게 하지 않고, 근거를 만들고 표준화하며 다시 현장으로 확산시키는 선순환을 가능하게 한다. 연구소가 지향하는 치유는 누군가를 고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공동체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과학이다. 예술, 심리, 의학, 생활과학, 디지털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치유의 새로운 언어와 방법을 탐구하며, 그 성과를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는 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3. 박물관·미술관을 자아가 회복되는 경험의 장소로 이번 활동을 기획하며 가장 중요하게 둔 질문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단순한 지식 전달 공간이 아니라 ‘자아가 회복되는 경험의 장소가 될 수 있는가?’였다. 신라 금관은 역사적 유물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권력과 죽음, 초월을 어떻게 상징으로 형상화했는지 보여주는 강력한 이미지다. 그 상징은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오늘 우리의 내면에도 반응을 일으킨다. 박물관·미술관 경험의 치유적 가치는, 일상의 시간에서 잠시 벗어나 수백·수천 년 전 상징과 마주할 때 개인의 삶의 서사와 집단의 서사가 겹쳐지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사람들은 고통과 불안을 종종 지나치게 개인 문제로만 느끼지만, 상징을 통해 그것이 인류 보편의 감정과 연결될 때 자아는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회복하게 된다. 신라 금관을 바라볼 때의 경외감과 낯섦은 단순한 미적 감상이 아니라, ‘권력이라는 무게를 감당해야 했던 한 인간의 삶’, ‘공동체가 왕에게 투사했던 기대와 두려움’과 같은 서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관람자는 유물을 이해하는 동시에, 자신이 감당해온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비춰보게 된다. 연구소는 이 상징적 동일시의 과정을 자아회복의 중요한 계기로 본다. 실제 세미나에서도 참가자들은 역사 설명에 머물지 않고, '나는 지금 어떤 상징을 쓰고 살아가고 있는가', '내가 감당하고 있는 위신과 역할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기 시작했다. 이 질문이야말로 치유의 언어라는 판단이다. 자아는 설명으로 회복되기보다, 의미를 다시 엮는 과정 속에서 회복되기 때문이다. 연구소가 기대하는 변화는 분명하다. 유물과 작품을 ‘잘 이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서사를 문화의 서사와 연결해볼 수 있는 상징적 매개체로 만나는 경험이 확장되는 것. 앞으로 연구소는 박물관·미술관 경험을 개인의 심리, 역사적 상징, 과학적 해석이 만나는 통합적 치유의 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며, 이번 세미나는 그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 4. 연구와 임상을 잇는 '치유를 실제로 다루는 동행자' 이번 활동의 참여자들은 한 분야의 전문가라기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치유를 실제로 다루는 사람들로 소개된다. 치유과학연구소는 전임·겸임·객원 연구원으로 구성된 다층적 연구 공동체인데, 이번 세미나에는 그 구조가 그대로 반영됐다. 겸임연구원으로 참여한 대구한의대학교 교수진은 한의학, 화장품학, 식품영양학, 미술치료학, 약학, 면역학 등을 전공했으며, 전공을 넘어 ‘치유’라는 공통 질문을 가지고 연구와 교육을 병행해왔다. 현장에서는 같은 금관을 두고도 누군가는 상징과 정서 반응을, 다른 누군가는 인체 반응·면역 관점을 덧붙이며 서로 다른 언어로 해석을 확장했다. 그 장면 자체가 연구소가 지향하는 융합의 모습이었다. 객원연구원으로 함께한 미술치료사, 음악치료사, 심리치료 전문가, 음식 연구자, 강연자 등 실천가들은 연구실의 이론을 현실의 언어로 번역해주었다. 이들은 유물을 보며 '이 상징이 내담자에게는 어떤 감정으로 다가올까', '이 권력의 이미지가 현대인의 불안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유물을 자연스럽게 치료의 맥락에서 해석했다.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점은 ‘정답’ 전달이 아니라, 각자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질문을 만들어갔다는 것이다. 교수·임상가·연구자라는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한 명의 관람자로서 감정과 생각을 나누는 과정 자체가 이미 치유적 경험이 되었다. 전공과 직함을 넘어, 치유를 연구하는 사람들과 치유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같은 상징을 바라보며 서로의 언어를 배우는 것, 이 풍경이 연구소가 지향하는 모델이다. 5. 통합정신치유–자연·영양치유–디지털 치유기술–임상평가·적용 연구소의 앞으로의 계획은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치유를 검증 가능한 과학으로 만들고, 다시 사회로 확산시키는 것. 이를 위해 연구소는 네 연구축을 기반으로 '근거–표준화–확산'이 순환하는 구조를 목표로 해왔다. 통합정신치유: 예술치료, 심리치료, 신체기반 접근을 분리하지 않고 정서·인지·신체 경험이 하나의 치유 과정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연구한다. 특히 상징, 이미지, 서사 같은 예술적 요소가 자아회복과 정서조절에 어떤 기제를 통해 작용하는지에 대한 이론 연구와 임상 연구를 병행할 계획이다. 자연·영양치유: 한의학적 전통과 현대 영양과학을 연결해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치유 모델을 개발한다. 천연물, 식이, 생활리듬이 정신건강과 신체 회복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 데이터로 축적하고, 이를 표준화된 프로그램으로 정리한다. 디지털 치유기술: AI, 알고리즘,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해 예술치료와 심리지원을 확장한다. 이는 대면 치료를 대체하기보다, 치유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접근성을 넓히는 보조적·확장적 도구로 설계된다. 디지털 환경에서도 감정과 상징 경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핵심으로 다룬다. 임상평가·적용: 치유가 체험에 머무르지 않도록 프로그램 효과를 객관적 지표와 주관적 경험 모두로 평가하고, 현장 적용 가능한 수준까지 검증한다. 그래야 치유가 개인의 경험을 넘어 사회적 자산으로 축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연구소는 성과를 학술논문, 표준 매뉴얼, 교육과정, 디지털 콘텐츠 등으로 정리해 의료·교육·문화·복지 현장으로 확산시키는 플랫폼 역할을 목표로 한다. 6. 예술이 주는 치유는 '고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다시 만나게 하는 과정' 예술이 주는 치유는 무언가를 고쳐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과정이다. 사회적 역할·책임·기대 속에서 자기 자신과 멀어지는 순간, 예술은 그 거리를 멈추게 한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 억눌린 기억, 이름 붙일 수 없는 불안을 이미지·색·형태로 마주하게 한다. 연구소장 황세진 교수는 회화 작업을 하던 시절에도, 알고리즘·인공지능 예술을 다루는 지금도 같은 경험이 반복되었다. 그는 작업을 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았던 감정과 내면의 움직임이 화면 위에 먼저 드러나고, 그 순간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를 바라보는 사람이 된다고 한다. 치유는 바로 그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치유는 단순한 위로와 다르다. 오히려 불편한 감정과 회피해왔던 내면을 있는 그대로 직면할 수 있을 때 시작된다. 예술은 안전한 방식으로 직면을 가능하게 한다. 고통을 제거하지는 않지만, 고통이 나를 전부가 아니게 만든다. 미술치료 교육에서 더 분명해진 점은, 예술은 결과보다 과정에서 치유가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잘 그렸는지, 의미가 명확한지보다 손이 움직이고 색이 선택되는 그 과정 자체가 이미 Self를 회복하는 시간이다. 예술은 특별한 사람만의 도구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내면과 다시 연결되는 통로이며 인간을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려 보내는 오래된 치유 방식이라고 그는 전한다. Q. 황세진 연구소장의 ‘원픽’ 예술은 무엇인가요?치유 경험과 연결해 ‘원픽’ 작품은 마르셀 뒤샹의 「샘」입니다. 이 작품의 치유는 위로가 아니라 사고의 전환으로 숨을 쉬게 하는 치유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예술, 저것은 예술이 아니다’라는 구분을 무너뜨리며 마음을 얽어매던 긴장을 풀어주죠. 예술에서 치유가 일어나는 순간은 마음이 정답을 내려놓을 때라고 느낍니다. 「샘」은 이해하려 애쓸수록 이해되지 않기에 오히려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자유를 주고, 예술 앞에서조차 ‘잘 알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으니까요. 여기에 백남준의 '예술은 고등사기다'라는 말이 더해지며 제 생각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이는 예술이 사람을 속인다는 뜻이 아니라 굳게 믿던 사고의 틀을 흔들어 깨운다는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그 흔들림 자체가 치유가 될 수 있다는 생각합니다. 제가 알고리즘과 인공지능 생성예술을 다루는 이유도 기계가 만든 이미지가 감동적인가보다 그 이미지를 마주한 내가 어떤 생각에서 풀려나는가, 어떤 고정관념이 느슨해지는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치유는 마음을 단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유연해지는 데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예술은 잘 이해해야 하는 것도, 잘 느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예술 앞에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문제 아닐까, 감흥 없는 내가 무딘 건 아닐까'라고 자신을 평가하지만 치유는 그렇게 시작되지 않는다. 예술을 통한 치유는 얻으려 하기보다 내려놓는 데서 시작된다. 의미를 찾지 않아도, 감동을 느끼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바라보고 머물고 지나쳐도 된다. 그 느슨함 속에서 마음은 스스로 반응한다. 예술이 상처를 없애주지는 않지만 상처를 견딜 공간을 만들어준다. 말로 꺼내기 어려운 감정을 이미지·소리·형태가 대신 품어주며, 그때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얻는다. 일상 속에서 한 작품 앞에 잠시 멈추고 음악 한 곡을 끝까지 듣고 색 하나에 오래 시선을 두는 순간—그 모든 순간이 이미 예술이고 이미 치유다. 예술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다시 만나게 해준다. 그 어색하고 불편한 만남을 견디는 힘 또한 예술이 주는 선물이다. 박물관이 '지식 전달'이 아닌 '자아가 회복되는 경험의 장소'로 다가오는 순간을 치유과학연구소 연구원들과 함께 경험한 소중한 하루를 보내며... 치유과학연구소장 황세진 교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 미디어공학과 인공지능예술전공 졸업(공학박사) 대구대학교 대학원 재활과학과 미술치료전공 졸업(재활심리학박사) 現 대구한의대학교 미술심리치료학과, 대학원 치유과학과 박사과정 교수 ■ 개인전 Archetype(12회 개인전), 대백프라자갤러리 전관, 2025 New Wave(11회 개인전), 대백프라자갤러리, 2024 “회복”RESTORATION(10회 개인전),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 2022 ‘Liens’(9회 개인전), Galerie Pont des Art, Paris, 2014 ‘Relation’(8회 개인전) 예술의 전당, 2013 ‘Happy Colony’(7회 개인전) 세종문화회관, 2011 ‘Freedom & Control’(6회 개인전) 예술의 전당, 2010 외 다수 그룹전 참여 [대한민국예술신문 최영민]
감성적이고 따뜻한 음악적 연주로 호평받는 플루티스트 유지연(Ryu Ji Youn)이 이탈리아 루카(Lucca)에서 열린 국제 음악 교류 무대 「KOREA MEETS LUCCA」를 마치고 최근 귀국했다. 이번 공연은 2026년 1월 23일, 오페라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의 고향이자, 작곡가 루이지 보케리니(Luigi Boccherini)의 고향으로 알려진 루카에서 열려 음악사적 상징성과 문화적 의미를 더했다. 「KOREA MEETS LUCCA」는 루카 지역의 카탈라니 음악협회(Circolo Amici della Musica “Alfredo Catalani” APS)가 주관한 순수 문화교류 연주회로, 음악을 매개로 한국과 이탈리아의 연주자들이 예술적 대화를 나누는 국제 교류의 장으로 기획되었다. 이번 무대는 개인의 성과를 넘어, 음악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상호 문화교류의 의미를 지닌 자리였다. 보케리니의 선율에서 시작된 꿈, 다시 만난 루카 유지연은 여덟 살에 처음 플루트를 접한 이후, 어린 시절 들었던 보케리니의 플루트 협주곡을 통해 음악에 깊이 매료되었다. 그 선율은 단순한 감상이 아닌, 한 연주자의 삶을 결정짓는 출발점이 되었고, 플루트는 이후 오랜 시간 그녀의 곁을 함께 해 온 삶의 동반자가 되었다. “음악과 함께 나이 들어가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처럼, 음악은 삶과 분리될 수 없는 중심이 되었다. 그렇기에 푸치니와 보케리니의 고향인 루카로 향한 이번 여정은, 연주자로서의 현재와 음악의 시작이 다시 만나는 순간처럼 받아들여졌다. 유지연에게 루카는 단순한 공연장소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동경과 현재의 연주자가 조용히 겹쳐지는 ‘음악의 고향’이 되었다. 서울을 기반으로, 깊이를 선택한 연주자 유지연은 건국대학교 음악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플루트를 전공하며, 연주와 교육 양면에서 탄탄한 기반을 쌓아왔다. 음악저널콩쿨 1위 및 최우수연주자 선정 등 다수의 콩쿨 입상을 통해 연주자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았으며, 음악의 본질과 깊이를 우선하는 연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삶의 흐름 속에서 잠시 무대와 거리를 두는 시간이 있었지만, 음악에 대한 질문과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연주자로서 다시 깊이 배우고 성장하기 위한 선택은 자연스럽게 이탈리아로 이어졌고, 음악의 뿌리를 다시 확인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유럽 정통 플루트 계보와의 만남 루카에서 유지연은 Scuola di Musica Sinfonia의 플루트 교수이자 연주자인 Walter Menichini를 만나며 음악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Menichini는 세베리노 가젤로니(Severino Gazzelloni), 패트릭 갈루아(Patrick Gallois), 막상스 라뤼(Maxence Larrieu) 등 20세기 유럽 플루트 음악을 대표하는 세계적 거장들에게 사사하며 Perfezionamento 과정을 거친 인물로, 유럽 플루트 연주의 정통 계보를 직접적으로 잇는 존경받는 교육자이자 연주자이다. 유지연은 Menichini에게 사사하며 Scuola di Musica Sinfonia의 연주 심화 과정(Perfezionamento)을 이수했고, 최고점으로 Diploma를 받으며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음악을 해석하는 태도와 소리에 담긴 감정의 밀도를 한층 확장했다. 함께 연주하며 완성된 성장의 무대 이번 「KOREA MEETS LUCCA」 무대는 결과를 보여주기 위한 공연이 아니라, 함께 연주하며 음악을 만들어간 과정 자체가 중심이 된 무대였다. Walter Menichini는 이번 공연에서 유지연과 같은 무대에 서서 함께 연주하며, 제자를 평가하거나 보호하는 위치가 아닌, 연주자로서 동행하는 선택을 했다. 유지연은 이번 무대를 통해, 음악적 신뢰 속에서 함께 호흡하며 연주하는 경험이 연주자로서의 성장을 얼마나 깊게 만드는지를 몸으로 체감했다. 스승이 음악으로 건넨 동행과 진심은, 이번 공연을 단순한 연주가 아닌 살아 있는 문화교류의 현장으로 완성시켰다. 감성으로 연결된 음악의 언어 이날 연주된 곡은 바흐(J. S. Bach)의 Trio Sonata in G major, BWV 1038과 제닌(P. A. Génin)의 Fantaisie sur “Rigoletto”, Op. 19였다. 바로크 음악의 구조적 균형과 오페라 선율의 극적인 감성이 공존하는 이 프로그램은, 유지연 특유의 섬세한 음색과 따뜻한 감성적 표현을 통해 현지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인상을 남겼다. 현재 유지연은 서울문화재단 등록 예술인이자 서울광진문화재단 나루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서울을 기반으로 공공문화공간과 국제 무대를 오가고 있다. 관객과 가까이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을 소중히 여기며, 음악이 가진 온기와 진정성을 전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루카 공연은 하나의 성과이자 동시에 또 다른 출발점이었다. 어린 시절 보케리니의 음악에서 시작된 꿈은, 그의 고향 루카에서 다시 음악으로 이어졌다. 유지연은 앞으로도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지속적으로 음악적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연주 활동과 더불어, 스승 Walter Menichini와의 음악적 교류를 계속 이어가며, 연주자로서의 언어와 해석을 더욱 깊게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Menichini와의 관계는 단순한 스승과 제자의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함께 연주하고, 음악을 고민하며, 무대와 일상 속에서 소리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통해 하나의 배움이자 성장의 시간을 지속해 나가게 될 예정이다. 유지연은 이러한 유럽 정통 교육 방식 속에서, 연주자로서의 개성과 감성을 보다 단단하게 다져가고 있으며, 향후 한국과 이탈리아 간의 음악 교류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나가게 될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민국예술신문]
오페라 하면 흔히 베르디, 푸치니, 로시니등을 떠올리게 된다. 주요 줄거리로 사랑, 복수, 그리고 신분차이등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본질을 일깨워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해준다. 과거의 이야기일지라도 권력의 부패, 신분 갈등, 인권 등의 주제를 통해 현대 사회의 모순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오페라. 오페라는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숭고함과 뜨거운 생명력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그렇다. 과거의 외침이 단지 기록에 머물지 않고 음악을 통해 현재의 우리에게도 자유와 정의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전하는 오페라가 있다. 바로 창작오페라 <2. 28>이 그러하다. 창작오페라 <2. 28> 1960년 2월 28일, 대구의 고등학생들이 부당한 권력에 맞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2. 28 학생민주운동'은 3.15 부정선거를 들추어내고 '4.19 혁명'의 불씨와 도화선이 되었다. 그 날의 외침을 공연예술로 되살려, 청소년이 주체가 된 최초의 민주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오늘날의 정의와 자유의 가치에 대해 다시 묻고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페라의 줄거리는 병상에 누운 아버지는 딸에게 자신이 겪은 하루를 들려주며 시작한다. 딸은 아버지의 기억을 따라 과거로 들어가고 대구의 고등학생들은 부당한 강제 등교와 정치적 이용에 분노한다. 학생들은 비밀 모임을 통해 선언문을 준비하며 거리로 나설 결의를 다진다. 2월 28일, 교문을 뛰쳐나온 학생들은 자유와 정의를 외치며 시위를 이어간다. 학생들의 행동은 시민들의 연대로 확산되며 도시 전역을 뒤흔든다.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와, 딸은 아버지의 상처와 그 날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과거와 현재의 목소리가 겹쳐지며, 그 날의 선택이 오늘의 민주주의로 이어졌음을 시사한다. 오페라 총감독 박영국을 만나다. 그는 이탈리아 로마,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유학하고 성악가로 활발히 활동하며 대학교수, 합창지휘자등으로 활동해왔다. 2000년 구미대 교수로 재직당시 구미시장의 권유로 구미오페라단을 창단하여 지금까지 이끌어오고 있다. 창단 공연으로 오페라 <카발렐리아 루스티카나>로 출범한 이래 2007년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 초청공연 오페라 <토스카>, 2011년 제2회 대한민국오페라축제에 창작오페라 <메밀꽃 필 무렵>을 4회 전석매진 공연으로 서울 예술의 전당 최고 관객동원과 티켓 판매의 성과를 기록했다. 이후 구미오페라단은 창작오페라 <왕산 허위>, <배비장전>, <광염 소나타>, <날뫼>, <낙동의 노래>등을 제작 공연해 대구경북지역 문화예술 발전과 예술인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 인물들의 삶을 기리는 창작오페라를 지역 대본 작가, 작곡가들이 참여해 만들고, 제작및 출연진들도 지역 예술인들이 펼칠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는데 열정이 남달랐다. Q. 오페라 <2. 28> 준비 과정중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말씀해주세요. A. 2025년 창작산실 예비 선정을 위해 세 번의 심사를 거쳤죠. 25년 4월 18일 아르코 예술인력개발원 실험무대에서 실연을 60분 안에 마쳐야하는데 정확히 10초전에 끝낸것입니다. 마지막 예선을 위해 출연제작진들이 고양시까지 2일간 버스로 오가는 과정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울고 웃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이젠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단원들 모두의 열정적인 연습과 적극적인 도움으로 이 공연이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총감독 박영국과 음악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앙리 베르그송의 말이 떠오른다. '존재한다는 것은 변화하는 것이며, 변화하는 것은 성숙하는 것이고, 성숙한다는 것은 끝없이 자신을 창조해가는 것이다.' 그의 음악적 행보는 익숙해진 방식에 머무르지 않는다. 창작오페라라는 장르는 '열정'을 뛰어넘어 선택의 구체성으로 드러난다. 창작은 언제나 충돌과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그가 창작오페라에 '진심'일수 있는 것은 그 불확실성을 회피하지 않는 용기 덕분이라 하겠다. 역사와 현재, 개인과 합창, 음악과 극 - 서로 다름이 부딪히는 경계에서 조율하며 충돌이 예술로 변화되는 지점을 붙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무대는 결론을 강요하는 기념비가 아니라, 관객이 듣는 방식으로 각자의 답을 완성하게 하는 질문이 된다. 자신의 경계를 부수며 바깥으로 확장해오는 시간을 음악과 함께하며 창작 오페라가 '지금 여기'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총감독 박영국.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혼돈을 지녀야 한다'고 했던가. 그가 고뇌하고 숙고하며 탄생시킨 창작오페라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는 벌써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있었다. 2026년에는 한국 진혼곡 (KOREA REQUEM) (이태수 대본/ 박성미 작곡)에 대해 말한다. 독일에는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이탈리아의 '베르디 레퀴엠', 오스트리아의 '모차르트 레퀴엠'과 같이 우리나라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을 위한 진혼곡을 울리고 싶다는 그는 과거의 역사적 현실을 환기하면서 오늘의 현실을 성찰하고자하는데 시대를 잇는 오페라를 통해 예술적 질문과 감동의 서사를 전하고 있다. <총감독 박영국> 계명대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성악과 졸업 이태리 국립 'G.Rossini' 음악원 및 'Hugo Wolf' 음악원 졸업 소피아 필하모닉, 서울시향, 대구시향 등 국내외 음악회 500여회 출연 서울 시립오페라단 <안드레아 쉐니에>외 오페라 50여편 주역 출연 계명대, 경북대, 영남대 음악대학 외래교수 역임 전)구미대학교 음악과 교수 현)구미오페라단 단장 창작오페라 <2. 28> 공연 안내 시간: 2026년 1월 16일~ 17일 16일(금) 저녁 7시, 17일(토) 오후 3시, 7시 (공연 소요 시간 약 90분) 장소: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 제작진, 출연진 소개 제작진: 총감독 - 박영국, 작곡 - 박경아, 대본 - 이기철, 각색·연출 - 정철원, 지휘 - 임병욱, 합창지휘 - 최호준, 피아노 반주 -최주현 출연진: 김승철, 유소영, 손정희, 김만수, 차경훈, 허은정, 이광근, 박예솔, 손재명, 김동녘, 구수민 외 [대한민국예술신문 최영민]
치과의사 앙상블 ‘턱톡앙상블’,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송년회서 찬조연주 및 연주비 기부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송년회 현장에서 특별한 무대가 마련됐다. 무대에 오른 연주자들은 전문 음악인이 아닌, 치과의사들로 구성된 클래식 앙상블 ‘턱톡앙상블’이었다. 이들은 연말 송년회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주비 전액을 기부하며 의료 현장에 따뜻한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턱톡앙상블은 지난 12월 18일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송년회에 초청돼 찬조연주를 진행했다. 이번 무대는 한 해 동안 중증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수술실과 병동을 오가며 헌신해 온 흉부외과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마련됐다. 의료진에게 전한 연말의 위로, 음악으로 건넨 쉼표 이날 턱톡앙상블은 캐롤을 포함해 클래식과 재즈 곡으로 구성된 총 5곡의 연주를 선보였다. 짧지만 완성도 높은 연주는 긴장과 피로가 누적된 의료 현장에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를 선사했다. 연주에 앞서 단원들은 “바쁜 의료 현장에서 묵묵히 수고해주신 흉부외과 선생님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며 “오늘의 음악이 이 자리에 작은 위로와 따뜻한 온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연주비 전액 기부…‘턱톡앙상블 마음나눔기금’ 이번 공연이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공연 이후에 이어졌다. 턱톡앙상블은 이번 송년회에서 받은 연주비 전액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기금은 ‘턱톡앙상블 마음나눔기금’으로 명명돼, 취약계층의 치유와 회복을 돕는 사회공헌 활동에 사용될 예정이다. 턱톡앙상블 측은 “음악이 치유가 되고, 그 치유가 다시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며 “의료인으로서 받은 마음을 사회에 다시 돌려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대한턱관절협회 임원진으로 구성된 치과의사 앙상블 턱톡앙상블은 한국피아노앙상블협회 대표인 고유미와 사단법인 대한턱관절협회 임원진을 중심으로 결성된 치과의사 클래식 앙상블이다. 구성원은 한국피아노앙상블협회 대표인 지휘자 및 음악감독인 고유미가 함께하며, 황진혁 회장(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 첼로), 민경기 고문(닥터민치과 원장, 비올라), 김준영 정보통신이사(서울그랜드치과 원장, 피아노), 장하영 편집이사(산본어린이치과 원장, 플루트)로, 모두 각자의 진료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현직 치과의사들이 매주 연습을 하여 전문적인 음악적 완성도를 더하고 있다. 턱관절 질환, 치과의사의 전문 영역임을 알리는 문화적 시도 이들의 음악 활동에는 사단법인 대한턱관절협회가 오랫동안 강조해 온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일반적으로 치과 진료는 치아 중심의 치료로 인식되기 쉽지만, 턱관절 질환은 턱의 구조와 기능, 저작과 발음, 안면 근육의 조화 등 복합적인 요소가 함께 고려돼야 하는 전문 진료 영역이다. 대한턱관절협회는 그간 턱관절 질환의 예방과 연구, 진료 표준화와 학술 교류를 통해 턱관절 진료에 있어 치과의사의 전문적 역할을 확립하고 알리는 데 주력해 왔다. 턱톡앙상블은 이러한 협회의 활동 취지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학술대회나 연구 발표가 아닌 음악이라는 문화적 매개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턱관절 질환을 다루는 치과의사의 전문성과 역할을 보다 친숙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보로 평가받고 있다. 학술대회에서 병원, 그리고 사회로 이어지는 행보 턱톡앙상블은 앞서 12월 7일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에서 열린 대한턱관절협회 추계학술대회 및 한·일 턱관절협회 MOU 재체결 기념 학술대회에서도 찬조연주를 선보이며, 학문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상징적인 무대를 완성한 바 있다. 대한턱관절협회는 턱관절 질환의 예방과 연구, 진료 표준화, 학술 교류를 목적으로 설립된 전문 학술단체로, 국내외 의료기관 및 학회와의 협력을 통해 관련 진료의 질적 향상을 이끌고 있다. “의료인의 전문성이 음악으로 이어질 때” 턱톡앙상블은 2026년에도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오는 2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음악콩쿠르 입상자 연주회에 초청돼 국제 무대에 오를 예정이며, 5월 어린이날에는 고아원 초청 연주를 진행하는 등 치유와 나눔을 위한 사회공헌 음악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턱톡앙상블 관계자는 “의료인의 전문성과 예술적 감성이 함께할 때 사회에 더 깊은 울림을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앞으로도 병원과 학술대회는 물론,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음악을 들고 찾아가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대한민국예술신문 박요찬 기자]
[대한민국예술신문] '천상의 목소리', 파리나무 십자가 소년합창단(The Little Singers of Paris)이 울산 북구를 찾는다. 북구문화예술회관은 연말을 맞아 특별 기획으로 오는 18일 오후 7시 30분 공연장에서 파리나무 십자가 소년합창단 내한공연을 마련한다.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은 1907년 프랑스 파리에서 창단한 100년이 넘은 전통의 아카펠라 소년합창단으로, 지금까지 전 세계를 순회하며 1만7천 회 이상의 공연을 선보여 왔다. 이번 내한공연은 단순한 합창 무대를 넘어 세계적인 작곡가의 명곡과 프랑스 특유의 음악적 감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모리스 뒤리플레의 '사랑이 있는 곳에'를 시작으로, 헨델의 '기쁨의 찬가', 카치니의 '아베마리아' 등 고전 클래식 명곡을 천상의 화음으로 선보인다. 더불어 아돌프 아당의 '오 거룩한 밤', 프란츠 그루버의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피에르 피아폰트의 '징글벨' 등의 캐럴이 더해져 크리스마스 시즌 분위기를 끌어 올리게 된다. 이와 함께 유명 샹송과 세계 각국의 민속곡, 마이클 잭슨의 '힐 더 월드(Heal the World)’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통해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 사랑과 평화, 희망의 메시지를 천상의 하모니로 전달할 예정이다. 전석 1만원. 현재는 취소표에 한해 북구공공시설예약서비스 누리집에서 예매 가능하다. 공연 관련 문의는 북구문화예술회관 전화로 하면 된다. 북구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연말을 맞아 준비한 송년 음악회가 관객들에게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뉴스출처 : 울산시북구]
[대한민국예술신문] 강동문화재단는 12월 5일부터 21일까지 강동아트센터 아트랑에서 AI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전시 ‘인공지능 포토그래피(AI Photography) 영아티스트 커넥션 전(展)’을 연다. 이번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5년 문화예술후원 매개단체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청년 예술가 지원과 문화예술 후원 활성화를 목표로 마련됐다. 전시에는 중견 예술가와 청년 예술가가 멘토·멘티를 이루어 5개 팀, 11명이 참여한다. 청년 작가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일상의 이미지를 새롭게 재구성하고, 사진 매체의 경계를 확장한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예술 창작 과정과 작가의 역할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준다. 전통적인 사진이 ‘현실의 기록’으로 정의됐다면, 인공지능 기반 이미지는 ‘창작된 현실’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예술의 영역을 넓힌다. 관람객은 현실과 가상이 교차하는 작품 속 이미지에서 ‘사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새로운 시각적 해석을 체험할 수 있다. 강동문화재단 김영호 대표이사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존재하지 않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시대에서 작가는 단순한 ‘촬영자’에서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이미지 생성의 방향을 제시하는 창작자, 즉 ‘프롬프트 기반 창작자’로 확장되고 있다“라며, “이번 전시로 예술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치열한 탐구의 기록과, 앞으로 펼쳐질 시각예술의 미래를 미리 조망하는 시도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앞으로도 세대 간 예술 역량을 잇고 미래 예술 인력을 양성하는 문화예술 후원의 가치를 실천하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뉴스출처 : 서울특별시 강동구]
[대한민국예술신문] 경기문화재단 전곡선사박물관(관장 이한용)은 지난 11월 6일 전곡선사박물관에서 개최한 〈2025 경기 컬쳐 로드 AI 로봇오페라 프리뷰(Preview)〉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행사는 내년 백남준 서거 20주기를 앞두고 시범적으로 추진되는 ‘AI 로봇 오페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경기문화재단과 백남준아트센터, 전곡선사박물관이 협력해 기획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병주 국회의원이 축사로 인사를 전했으며,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 김홍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등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와 국립박물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자리를 함께했다. 현장에는 예술계·학계 인사와 시민 등 약 100여 명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프리뷰에서는 미디어 아티스트 권병준 작가의 로봇 퍼포먼스 〈아해와 나엘〉과 작품 제작 과정을 담은 메이킹 영상이 함께 공개됐다. 인공지능(AI)과 협업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완성작의 일부를 시범적으로 선보인 이번 무대는,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예술적으로 탐구하며 AI가 예술의 창작 파트너로 확장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관객들은 “로봇과 예술의 만남을 생생하게 체감했다”, “몰입도 높은 퍼포먼스였다”고 평하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특히 구석기 시대의 주먹도끼를 연구하는 기관인 전곡선사박물관에서 펼쳐진 이번 공연은, 인류 최초의 기술과 현대의 기술이 만나는 상징적인 순간으로도 주목받았다. 공연 후 이어진 아트토크에서는 경기문화재단 유정주 대표이사, 전곡선사박물관 이한용 관장, 백남준아트센터 박남희 관장이 참여해 권병준 작가와 함께 ‘예술과 고고학, 문화 안에서의 기술과 인간’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AI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과 ‘예술과 기술의 공존 가능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견해가 오갔다. AI 로봇오페라 프리뷰는 1964년 백남준이 선보인 〈로봇오페라(Robot Opera)〉의 실험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프로젝트로, 2026년 백남준 서거 20주기 《AI 로봇오페라》 본 공연의 서막에 해당한다. 경기문화재단은 이번 시범 행사를 통해 예술과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기술예술 실험의 방향을 제시했다. 한편, 경기문화재단은 오는 12월 11일 프리오프닝 행사를 이어서 진행할 예정이며, 본 공연은 2026년 1월 28일과 29일 백남준아트센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뉴스출처 : 경기문화재단]
즉흥과 협업으로 빚은 ‘고독’의 미학 비제도권 예술가들의 협업 커뮤니티 ‘테이스팅 키트(Tasting Kit)’가 오는 11월 22일부터 25일까지(4일간) 서울 서초구 갤러리 S.ONE project (서초대로 56길 35, GL빌딩 B1)에서 단체전 「Crossroad: 길 위의 길 잃은 자」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현대 사회의 고립된 개인이 어떻게 다시 관계를 모색할 수 있는지를 조명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청년 예술가들이 처한 현실을 재구성한 실험적 전시다. 14인의 청년 작가들은 헤매고 방황했던 경험을 내면적 고립, 사회적 소외, 시대적 단절의 언어로 형상화했다. 관람객은 전시장을 하나의 거대한 ‘미로(Labyrinth)’로 상정하고, 작가들이 치열하게 파고든 고독의 벽들을 따라 걷는 몰입형 여정을 경험하게 된다. 작품들은 단순히 '보는' 행위를 넘어, 고독의 복잡하고 섬세한 경로를 '경험'하는 여정이 되기를 제안한다. “제도 밖에서도 함께 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테이스팅 키트는 복합예술 그룹 시음회(SieumClub)의 프로젝트로 시작되어, 학벌이나 제도, 장르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서로의 감각을 ‘시음(詩飮)’하며 협업과 상생을 실험해 온 독립 커뮤니티다. 2024년 첫 시즌을 시작한 이후 각기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이 경쟁 대신 교류를, 결과보다 경험을 중시하며 서로를 지탱하고 지속 가능한 창작 환경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번 시즌 3에서는 ‘고독’을 주제로 다분야 예술 세션과 워크숍을 진행했으며, 그 과정에서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고독을 예술적 언어로 번역하는 실험을 이어왔다. 특히, 작가들은 기획팀과 함께 작품의 컨셉부터 공간 구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이번 단체전 「Crossroad: 길 위의 길 잃은 자」를 탄생시켰다. 이 전시는 14인의 예술가가 각기 다른 시선으로 ‘고독’을 해석하고 교차하는 지점을 제시하는 공동의 결과물이다. 참여한 작가 중 다수는 첫 작업과 첫 전시에 도전하고 있으며, 이들의 고유한 떨림과 작은 시작들은 비제도권 예술가들의 연대와 상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언적 의미를 지닌다. ‘고독’을 주제로 각자의 내면과 마주한 14인의 작가가 선보이는 회화, 사진,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로 구성된다. 참여 작가는 최주희, 코이, 이다모, 해일, 시니소, 산도일기, 김민주, 은석, 김혜진, 히요네, 헤라킴, 박세희, 시영, 최종운이다. 전시 총괄 기획자 헤라킴은 “이번 전시는 각자의 고독이 모여 하나의 길목을 이루는 순간을 보여주는 자리”라며, “테이스팅 키트는 앞으로도 비제도권 예술가들의 상생과 지속 가능한 창작 환경 조성을 위해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테이스팅 키트는 예술의 제도적 경계 밖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독립 예술가들이 서로를 지탱하며 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커뮤니티는 작가들에게 작품 제작비용, 공간, 피드백 세션 등 다양한 지원 환경을 제공하며, 작품 제작과 전시까지의 전 과정을 작가들과 함께 논의하고 설계하는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전시개요 ○전시명: Crossroad: 길 위의 길 잃은 자 ○기간: 2025.11.22(토)-11.25(화) ○관람시간: (일, 월, 화) 오전 10시-오후 6시 ○오프닝: 2025.11.22(토) 오후 5-9시 ○장소: 갤러리 S.ONE project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56길 35, GL빌딩 B1) ○참여 작가: 최주희, 코이(이지현), 이다모(김다형), 해일(정지혜), 시니소(서진실), 산도일기(박효경), 김민주, 은석, 김혜진, 히요네(김혜연), 헤라킴(김민정), 박세희, 시영(최시영), 최종운 ◆주최: 시음회 (SieumClub) ◆기획/주관: 테이스팅 키트 (Tasting Kit) ◆후원: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 <서울 동아리ON> ◆총괄기획: 헤라킴(김민정) ◆기획·운영: 윤현지, 이호진, 박세희 ◆문의: sieumclub@gmail.com [대한민국예술신문 박요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