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코피에프 – 사랑으로 성장하고 나아가는 삶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할 만큼 가족을 위한 날이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친구들이 모이면 예전엔 어버이날에 다들 부모님 모시고 외식하러 간다며 바빴었는데 어느덧 부모님의 자리가 비기 시작한다. 연세가 있으시니, 돌아가신 부모님의 빈 자리에 어버이날을 앞두고 눈시울을 붉히는 친구들도 있다.
오늘 상담으로 만난 분도 그러하다. 20대 남매를 둔 엄마이자 누구의 딸이기도 한 그녀는 두 분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하였다. 탐탁지 않게 생각하시는 그분들의 마음을 한때는 원망했었는데 딸이 결혼할 나이가 되니 부모님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고 하며 눈물을 글썽인다. 돈 걱정 안 하고 자란 딸이 가난한 집안의 장남과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지난날을 회상한다. 그땐 부모님이 드러난 조건을 보며 사람을 판단한다고 생각하여 실망이라며 토라졌었는데 ‘살아보니 정말 힘들더군요….’라며 그들의 마음이 이해되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들어본 곡은 프로코피예프의 ‘피터와 늑대’ Op.67이었다. 소련의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y Prokofiev)가 ‘모스크바의 아이들을 위한, 그리고 내 아이들을 위한 선물’로 작곡한 곡이다. 어린이들을 위해 그는 직접 나레이션을 썼다. 해설자가 동화를 들려주고 중간중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각각의 악기와 멜로디로 등장인물들을 표현한다. 피터는 현악 합주(명랑하고 용감한 모습), 피터의 할아버지는 바순(낮은 소리가 할아버지의 걱정 많고 훈계하는 모습), 고양이는 클라리넷(부드럽고 유연한 음색이 고양이의 움직임을 표현), 작은 새는 플루트(빠르고 경쾌한 음색으로 재빠른 새의 모습), 오리는 오보에(뒤뚱거리는 오리의 모습), 늑대는 호른(으르렁거리는 듯한 묵직한 소리로 늑대의 무서운 모습), 사냥꾼들의 총소리는 팀파니와 큰북 소리(씩씩하고 힘찬 행진곡풍의 리듬으로 사냥꾼들의 등장을 알림)로 표현하였다.
줄거리는 작은 새가 지저귀고, 오리가 헤엄치며, 고양이가 작은 새를 노리는 평화로운 숲에 피터와 할아버지는 살고 있다. 늑대가 나타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할아버지의 경고를 뒤로하고 피터는 넓은 들판으로 나아갔다. 늑대가 진짜 나타나서 오리를 한입에 꿀꺽 삼켜 버린다. 고양이는 쏜살같이 나무 위로 올라가고, 작은 새는 늑대 주위를 날아다니며 약을 올린다. 피터는 튼튼한 밧줄을 가져와 올가미를 만들어 늑대 꼬리에 걸고 힘껏 잡아당겼다. 늑대는 도망치려고 사납게 날뛴다. 이때 사냥꾼들이 늑대를 발견하고 총으로 쏘려 했으나 피터는 “내가 잡은 늑대예요”라고 외치며 동물원으로 데려가려는데 도와 달라고 한다. 용감한 피터가 앞장서고 사냥꾼들이 늑대를 끌고 그 뒤를 따라간다. 행렬의 끝에 할아버지도 함께하며 피터를 자랑스러워하는 내용이다.
그녀는 바순의 소리에 아버지의 목소리가 떠오른다며 한동안 아버지를 생각하듯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말을 이어나간다. 아버지는 고생 없이 자란 딸이 헤쳐나가야 할 앞날을 미리 아셨던 것일까? 이후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견디는 딸을 대견해하시고, 딸을 사랑해 주는 사위를 돌아가시기 전에는 인정해 주셨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속 썩여 죄송하고 이해해주셔서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또 이 곡을 들으면 잠들기 전 엄마가 읽어주시던 동화책이 생각난다며 어릴 때 엄마 품에서 나는 냄새와 목소리가 지금까지 느껴진다고 한다. 살아가면서 힘들 때,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용기를 냈다며 부모님의 사랑은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삶의 곳곳에 느껴지는 소중함이라고 했다.
딸이 얼마 전 남자 친구가 생겼는데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화가 났다고 한다. 그러면서 또 다른 한편으론 조건보단 사람을 볼 줄 아는 딸이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다. ‘부모는 늘 자식 일에는 걱정이 앞서나 봐요. 우리 부모님도 그러셨겠죠. 하지만 딸을 믿어주고 싶어요.’라고 한다. 우리 부모님이 나를 믿어주신 것처럼….
사랑받고 자란 딸이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준 것에 감사하며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을 듣는다. 이 곡을 들으며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고 딸을 향한 사랑과 딸을 위한 지지를 표하며 우리의 이야기를 마무리하였다.
부모의 입장이기도 하고 자식의 입장이기도 한 나의 위치에서 공통점은 바로 사랑이다. 누군가가 잘 되길 바라며 믿음과 지지가 바탕이 되어 서로의 존재에 감사를 표하는 5월이다.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성장하여 나 또한 부모가 되고, 또 그 사랑은 나의 아들과 딸에게 이어진다. 이 아름다운 관계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소통하고 공감하고 격려하며 서로를 위하는 큰 버팀목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렇게 아름다운 5월이 되나 보다.
“아빠의 겨울에 나는 녹음이 되었다. 그들의 푸름을 다 먹고 내가 나무가 되었다.”
<‘폭삭 속았수다’ 대사 中>
최영민 작가
경북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석사
대구한의대 치유과학과 박사(ABD)
전 대구과학대학출강
법무보호복지공단 대구지부 심리위원
아카데미 예송 대표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 진행
2024 대한민국 眞心예술대상 수상
저서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예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