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민의 마음 클래식

하이든에게 배우는 유연한 공감


학생이 있는 집에서의 아침 시간이란, 1분 1초조차 다투는 긴박한 시간일 수 있다.

직장인들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시간 맞춰 버스나 지하철을 타야하니 아침을 챙겨 먹고 간다는 것은 보기 드문 학생과 부모의 모습인 것 같다. 우리 집만 해도 그러하다.

 

‘10분만 일찍 일어나도 밥을 챙겨 먹을 수 있을 텐데’라는 중얼거림은 나의 아침 단골 메뉴였다. 빈속으로 등교하거나 출근하는 가족들의 뒷모습을 보는 주부는 누구랄 것 없이 온종일 걱정되고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고민이 있는 나는 음악을 들으며 작은 지혜를 얻었다.

 

나에게 도움을 준 음악, 바로 하이든 Franz Joseph Haydn <교향곡 45번> Symphony No. 45 in F sharp minor 4악장이다.

하이든은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음악감독으로 30년 가까이 일한 음악가이다. 당시 음악감독은 귀족의 하인이나 다름없는 직책으로 귀족이 원하는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하며 악단의 단원들도 책임지고 악기도 관리하는 만만치 않은 일과를 소화해야 했다.

에스테르하지 후작은 여름 휴가 기간에 베르사유 궁전을 보고 감동하여 지은 노이지들러 호수에 있는 별궁으로 거처를 옮기고 귀족들을 초대해 음악회와 파티를 즐기며 휴가를 보냈다. 물론 궁정악장인 하이든과 악단의 단원들도 데리고...

1772년 여름 어느 날, 에스테르하지 후작은 여름 휴가 기간이 지났음에도 계속 별궁에 머물렀다. 단원들은 가족들도 보고 싶고, 힘이 든다며 악장인 하이든에게 하소연했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하이든은 단원들의 의견을 후작에게 전했고 후작은 이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단원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하이든은 이 사태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후작과 불만 가득한 단원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을 하다가 곡을 쓴다. 그리고 몇 주 후, 저녁 식사가 끝나고 열린 연회에서 드디어 막 작곡을 끝낸 곡을 연주한다.

그 곡이 바로 하이든 <교향곡 45번>이다. 

 

이 교향곡은 4악장 구성으로 되어 있고, 조성은 F sharp Minor로 당시로서는 매우 드문 경우이다. 단원들의 힘들고 외로움을 표현하려는 듯하다.

1악장 알레그로 아사이(Allegro assai) 두 옥타브가 넘는 넓은 음역에 걸쳐 주제가 전개되는 격렬한 느낌을 주는 악장, 2악장 아다지오(Adagio) 평화롭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느린 악장으로 애절함과 우울함이 느껴지는 악장, 3악장 미뉴에트. 알레그레토(Menuet. Allegretto)은 귀족적 기품을 느낄 수 있는 미뉴에트의 도입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오보에와 호른이 큰 소리로 이상한 화음을 연주하며 단원들의 불만이 느껴지는 악장, 마지막 4악장 프레스토(Presto-Adagio)는 조급한 느낌의 선율로 시작된다. 주제 선율은 긴장되고 서두르는 느낌이 있다가 갑자기 느린 아다지오 부분으로 이어진다. 교향곡 끝부분에 갑자기 느린 템포의 음악이 나온다는 것은 흔한 경우가 아니다. 이후 아다지오 부분에서 연주하던 단원들이 악보를 접고 보면대의 촛불을 끄고 퇴장하기 시작하는데 오보에, 호른, 바순, 콘트라베이스 등의 연주자가 잇달아 퇴장하고 첼로, 비올라 연주자들도 퇴장하며 마지막에는 두 명의 바이올린 주자만이 남아서 쓸쓸하게 바이올린 소리를 약하고 부드럽게 하는 약음기를 끼고 연주하여 애잔함이 더해지는 가운데 음악은 마무리된다.

이를 본 후작은 하이든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아차렸고 다음 날 단원들에게 휴가를 주었고 그들은 가족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당시 음악의 형식과 관례를 깨고 파격적인 음악적 메시지로 단원들의 불만을 표현한 하이든과 단원들의 마음을 읽어준 에스테르하지 후작도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관계는 누구 하나의 노력만으로는 힘든 것 같다.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모두에게 있고 노력할 때 그 관계는 좋은 관계로 유지될 수 있는 것 같다.

 

단원들과 후작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음악적 유머로 소통하는 하이든의 재치가 돋보이는 곡이다. “음악이야말로 만인 통용의 언어”라고 말한 하이든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곡이며 하이든 덕분에 우리 집 아침 식탁 전쟁은 이렇게 해피엔딩이 되었다.

 

그동안 아이가 원하는 반찬이 아닌,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반찬으로 식사를 강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달걀을 먹으면 뇌 기능과 집중력 향상에 좋다는 말을 듣고 아이가 좋아하지도 않는 달걀 요리를 고집했던 나를 발견하게 된다.

 

 

에스테르하지 후작이 단원들의 고충을 몰랐던 것처럼 나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공감은 단순히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이해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능력이다.”

 

하이든의 <교향곡 45번>과 함께 공감에 대해 숙고하고 지혜를 얻어 실천하는 행복한 날들 되시길 바라며….

 

 

 


 

 

최영민 작가

경북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석사

대구한의대 치유과학과 박사과정 중

 

[주요활동]

전 대구과학대학출강

법무보호복지공단 대구지부 심리위원

아카데미 예송 대표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 진행

 

[수상경력]

2024 대한민국 眞心예술대상 수상

 

 

[대한민국예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