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민의 마음 클래식

브람스와 함께하는 소중한 인연


햇볕이 내리쬐는 요즘에는 어느새 봄의 향기가 느껴진다. 새싹이 돋아나는 계절에 누군가를 만나 새로운 인연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고, 새 학기, 새 친구를 만나는 아이들도 있듯 새로움이란 이름이 우리들의 일상에 스며드는 시기이다.

 

여러분은 그동안 만난 사람 중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누구일까요?

‘아! 그 사람을 생각하면 진짜 감사하지….’라고 기억나는 분, 혹시 있을까요?

 

어느 날 무거운 짐을 양손에 들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는데 어떤 학생이 “제가 눌러 드릴까요? 몇 층 가세요?”라며 버튼을 대신 눌러주었다. 새로 이사 간 아파트라 아는 사람도 없었는데, 먼저 손을 내밀어준 학생이 정말 고마웠다. 그 후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따뜻한 눈빛으로 인사를 나누고는 그가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했다. 이렇듯 우리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작은 만남에서 삶의 전환점을 만들어주는 만남까지 많은 인연을 만나게 된다.

 

나 역시,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많은 그리고 귀한 만남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연들에 의해 나 또한 서서히 성장하고 변화되고 있었으리라….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를 보고 음악을 전공하겠다고 마음먹었던 순간, 내 마음이 아플 때 심리 공부를 할 수 있게 이끌어 준 친구, 아이에게 좋은 책을 골라 주고 싶은 마음에 어린이도서연구회를 하며 어린이 책만 열심히 읽던 나에게 인문학 수업 함께 듣자며 고전의 매력에 빠지게 해준 친구…. 등 많은 인연이 스쳐 지나간다.

 

음악에서도 성공한 음악가 뒤에는 훌륭한 부모나 훌륭한 스승, 훌륭한 친구가 있음을 볼 수 있다. 브람스의 음악을 들으며 그의 삶, 인연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1833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브람스는 함부르크 시민군의 군악대 연주자인 아버지와 한쪽 다리가 짧은 장애가 있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넉넉지 않은 살림과 어머니를 돕고자 하는 마음, 어린 나이에 피아노 레슨을 했고, 함부르크 부둣가의 술집에서도 연주하며 생계에 도움을 주었다. 어느 날 브람스가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보고 당시 헝가리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에두아르트 레메니가 반주를 부탁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인연으로 함께 연주 여행을 다니며 둘은 승승장구했다. 연주 여행 중 하노버에 도착한 레메니와 브람스는 당시 인정받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로서 하노버 궁정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있던 요아힘을 만났고, 요아힘은 브람스의 음악적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슈만에게 소개했다.

 

브람스는 뒤셀도르프에 있는 슈만의 집에 찾아가 슈만 부부 앞에서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1번 Op.1>을 연주했고 슈만은 브람스의 음악에 감동했다.

그는 자신이 발간한 ‘음악신보<Neue Zeitschrift für Musik>에 ‘새로운 길 Neue Bahnen’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브람스를 “이 시대의 이상적인 표현을 가져다줄 젊은이”로 소개하고, 이를 통해 브람스는 떠오르는 음악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며, 순식간에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후 브람스는 우리가 사랑하는 곡들을 작곡하고 ‘자유로우나 고독한’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쳐나간다.

 

<브람스 헝가리 무곡 Ungarische Tänze> 총 21곡 중 1번을 들어보자.

1853년 브람스가 20살 때 레메니와 연주 여행을 다니며 헝가리 음악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1869년 ‘헝가리 무곡 1, 2권(1번부터 10번까지)에 이어 1880년 3, 4권(11번부터 21번까지)을 발간했다. 헝가리 집시의 춤곡 선율에 영감을 받아 작곡, 편곡한 작품으로 함께 연주 여행을 다닌 레메니와 헝가리 음악가들은 저작권 침해로 브람스를 고소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에는 브람스가 ‘편곡’이라 소개하여 승소할 수 있었다. 브람스는 이 곡이 자신의 온전한 창작물이 아니라는 생각에 작품 번호도 붙이지 않았다. 레메니는 자신의 평가에 철저하리만큼 인색하고 신중한 브람스임을 알았을 텐데 이런 해프닝이 있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인 듯하다.

 

 

누구나 좋은 인연을 만나길 바라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좋은 인연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만남은 우연이라 할 수 있지만, 그 관계를 잘 이끌어 나가는 것엔 서로의 노력이 필요한 듯하다. 우리의 만남엔 이익을 위한 만남, 즐거움을 위한 만남, 그리고 선함을 위한 만남이 있다. 나를 사랑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가족, 친구 관계뿐 아니라, 한 공동체 내의 누군가와 좋음을 나눌 기회는, 나를 더욱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이렇듯 삶에서 누구를 만나고 함께한다는 것은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듯하다. 우리의 삶은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가’에 대한 숙고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하는가’에 대한 고민 또한 의미 있는 일이다.

 

흥겨운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을 들으며 내 주변의 누군가에게 따뜻한 인사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그 선함을 나누며 서로가 성장하는 기회를 만들어가는 좋은 만남으로 이어가는 햇살 같은 날들이 되길 바라며….

 

 

 

 

최영민 작가

경북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석사

대구한의대 치유과학과 박사과정중

전 대구과학대학출강

법무보호복지공단 대구지부 심리위원

아카데미 예송 대표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 진행

2024 대한민국 眞心예술대상 수상

 

 

[대한민국예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