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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아트피아 관장 박동용 - ‘공연’을 넘어 ‘경험’으로

지역 예술 생태계의 구조를 바꾸다

수성아트피아 박동용 관장을 만나 예술의 고유한 기능과 역할에 대해 사유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26년 기획된 음악회를 소개해 주세요.

 

▶ 2026년 수성아트피아의 음악회는 ‘경험의 깊이’와 ‘접근의 확장’이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구성했습니다.

 

전통적으로 이어온 명품 시리즈는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무대를 통해 예술의 본질적인 깊이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단순한 기교를 넘어, 삶의 시간이 담긴 연주를 통해 관객과 보다 깊이 있는 만남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마티네 시리즈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만나는 경험에 집중했습니다. 평일 오전이라는 시간 속에서 잠시 멈추고, 음악의 본질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또한 ‘스테이지 S’와 같은 시리즈를 통해서는 클래식에 국한되지 않고 연극, 전통,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관객이 일생에 한 번쯤은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무대를 선보이고자 했습니다.

수성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청년 음악가와 청년 연극인을 발굴·지원하는 사업으로, 대학 졸업 이후 곧바로 설 무대가 부족한 젊은 예술가들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단순한 지원을 넘어, 이들이 예술가로서의 삶을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방향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올해 역시 연극 두 작품과 약 40여 회의 음악회를 통해 청년 예술가들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또한 매년 장애인날을 기념하여 진행하는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음악회’는 평소에 공연장 접근이나 향유가 어려운 대상만을 위해 만든 음악회로 자유롭게 떠들어도, 맘껏 소리질러도 누구도 제지하는 않기 때문에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올해의 음악회는 ‘보는 공연’을 넘어, 관객 각자의 삶 속에 오래 남는 경험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수성아트피아가 지역 사회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핵심 예술적 가치는 무엇인가요?

 

▶ 수성아트피아의 핵심 가치는 ‘고객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실현하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예술의 본질인 ‘공존’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술은 예술가, 이를 연결하는 매개자, 그리고 관객이라는 세 주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이 관계는 상황에 따라 창작과 유통, 수용의 구조로 나뉠 수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이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느냐에 있다고 봅니다.

 

수성아트피아는 단순히 공연을 유통하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 예술가와 시민, 그리고 다양한 예술 장르가 함께 살아가는 플랫폼이자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지향합니다. 세계적인 예술가이든 지역 예술가이든 구분하기보다,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다양한 주체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명품 시리즈를 통해 수준 높은 작품을 소개하는 유통자의 역할을, 때로는 ‘스테이지 S’와 같은 제작을 통해 창작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지역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공생과 공존의 구조를, 마지막으로는 공공기관으로서의 공헌사업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수성아트피아는 예술을 통해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진하고 계신 기획들의 근본적인 취지는 무엇이며, 이를 통해 지역 예술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끌어내고자 하시는지요?

 

▶ 저는 문화예술 현장에서 약 30년간 제작자로 활동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축적된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성아트피아의 방향을 ‘유통 중심’에서 ‘제작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하고자 했습니다.

부임 이후에는 외부 작품을 단순히 들여오는 유통 사업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작은 규모의 작품부터 직접 제작하는 ‘기획자’로서의 다양한 역량을 높이고 ‘예술가와 시민들이 수성아트피아를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접점을 만들고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예술가와 예술단체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했고,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협력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지역 예술 생태계는 선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예술가들이 실제로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창작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며, 불필요하게 높은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결과, 최근에는 지역 예술가들이 협업의 파트너로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공간 중 하나가 수성아트피아가 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창작과 협력이 선순환하는 건강한 지역 예술 생태계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관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예술의 가치가 수성구민들의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길 바라시나요?

 

▶ 수성아트피아는 공연, 전시, 예술 아카데미, 그리고 어린이예술 교육센터 ‘아테이너’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프로그램도 고유한 의미를 지니지만, 복합문화공간 안에서 이들이 서로 융합되고 확장되며 시민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예술 아카데미는 단순히 기능을 배우는 공간을 넘어, 예술을 직접 체험하고 그 깊이를 사유하며 예술가의 창작 과정과 고민을 이해하는 장입니다. 이러한 경험이 쌓일수록 예술은 특정한 순간의 감상이 아니라,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힘이 된다고 봅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사업이 수성 르네상스 프로젝트미술작품 대여제입니다. 작가의 작품을 일정 기간 공공기관과 민간 공간에 전시하고, 그에 따른 대여료를 작가에게 지급함으로써 창작의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시민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때, 시민들의 생활 반경 안에서 예술은 보다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확장됩니다. 결국 일상이 예술로 확장되고, 예술이 일상에 자리 잡는 경험이 만들어지는 것이 저희가 지향하는 방향입니다.

 


수성아트피아만의 예술적 이상과 바람이 있으시다면?

 

▶ 예술은 단순한 미적 표현을 넘어,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연결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문화, 세대를 이해하게 하고, 때로는 상처를 치유하며 다시 일어서는 힘을 주기도 합니다. 또한 사회의 문제를 비추고,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게 만드는 역할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예술의 고유한 기능과 역할은 사회통합, 변화촉진, 치유와 회복이라고 결국에는 경쟁보다는 공존하며 공감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예술의 최종 목표가 아닐지 생각합니다. 여기서 더 발전한다고 생각하면 관객의 경험을 극대화, 다양화, 유일하고 독보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수성아트피아가 이러한 예술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뿌리내리는 공간이 되고, 지역사회 안에서 예술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것이 가장 큰 바람입니다.


관장님께서 최근 가장 깊은 울림을 받으셨던 예술 작품이나 공연은 무엇이며, 그 경험이 수성아트피아 운영 철학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 최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더 드레서>를 보며 깊은 울림을 받았습니다.

정동환, 송승환, 송옥숙 배우의 연기는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는 치밀함과 깊은 감정선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무대에 임하는 태도에서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특히 오랜 경력을 가진 배우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익숙함이나 환경을 이유로 스스로를 느슨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지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되묻게 되었습니다.

 

그 경험은 수성아트피아를 운영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결국 예술은 완성된 결과 이전에, 그 과정에서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늘 최고의 예술을 보고 싶어 하지만, 그것을 언제나 만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작품 속에서 예술가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순간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관객에게 충분히 깊은 울림과 의미 있는 경험이 된다고 믿습니다. 

 

어쩌면 최선을 다할 기회가 주어진 삶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행운일지도 모릅니다.


박동용 관장, 그의 하루의 시작은 조용하지만 단단하다. 아침마다 수첩을 펼쳐 하루의 계획을 정리하고, 짧은 기도로 마음을 다진 뒤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연다. 그에게 하루는 단순히 주어지는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 정돈하고 방향을 설정해야 할 ‘의식의 과정’에 가깝다.

 

곁에서 지켜본 이혜영 홍보팀장의 말처럼, 그의 가장 두드러진 습관은 끊임없는 메모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과 고민을 흘려보내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Ludwig van Beethoven이 산책 중에도 악상을 적어 내려가던 태도를 연상시킨다. 다만 그의 메모는 작품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생각을 어떻게 시민들과 나눌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차이를 가진다.

 

그의 수첩 첫 페이지에는 몇 개의 문장이 반복해서 적혀 있다.

예술의 기능과 역할 1. 사회적 통합, 2. 사회적 변화 촉진, 3. 정서적 위로.

이 세 가지는 선언이 아니라, 그가 기획을 판단하는 기준이자 운영의 원리다. 여기에 덧붙여 그는 관객 경험에 대한 또 다른 지향을 기록해 두었다.  시민의 경험은 극대화되어야 하고, 무한히 확장되어야 하며, 다양하고 창의적이어야 하고, 무엇보다 유일하고 독특하며 차별화되어야 한다는 것. 이 문장들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실제 프로그램 설계로 이어지는 사고의 출발점이다.

 

그에게 예술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사유되고 설계되는 경험에 가깝다.

그래서 그의 수첩은 일정표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 철학이 축적되는 공간이다.

 

그의 질문과 고민 덕분에 수성아트피아를 방문하는 시민들은 무대 위에서 끝나는 예술이 아니라 한 개인의 삶 속에서 시작되는 예술을 경험할 것이다.

 

 

[대한민국예술신문 최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