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공연이라 하면 어렵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오페라 마저도 청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즐길 수 있는 공연을 기획하는 음악가 G-tree Art Company(지트리아트컴퍼니) 현동헌 대표의 삶과 음악을 들여다본다.

그의 음악 인생은 전형적인 ‘음악가의 길’과는 거리가 있다. 기계과를 졸업하고 삼성전기 기술연구원으로 입사한 뒤, 안정된 직장생활 속에서도 ‘음악가로 사는 삶’에 대한 내적 갈등을 느꼈다. 인생의 궤도를 바꾼 결단은 20대 후반, 자신에게 던진 “10년 뒤에도 후회하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늦은 음악 공부는 재수 끝에 경북대학교 음악대학 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되는 결실을 맺었다. 산업사회의 톱니바퀴 속에서 벗어나 예술이라는 생명력의 영역으로 자신을 던진 현동헌 테너는, 이후 '노래하는 공학도'라는 별칭처럼 기술자의 논리와 예술가의 감성을 병행하며 테너이자 기획자로서 두 개의 길을 확장해 갔다. 그는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과를 졸업, 동 대학원을 수석 졸업, 이어서 한세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예술 경영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예술과 경영을 아우르는 전문성을 갖추었다.

2011년 예술단체 ‘지트리 아트컴퍼니(G-Tree Art Company)’를 창립한 그는 ‘포도나무’라는 이름처럼, 예술가들이 가지를 뻗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지트리의 활동은 단순한 공연 제작을 넘어, 예술가의 권익 보호와 지역 예술 생태계의 자생력을 목표로 한다. 현동헌 대표는 현재 지트리 아트컴퍼니 대표이자 한세대학교 예술경영센터 선임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며, 대구 전역에서 공연하며 지역 음악계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그에게 기획은 곧 예술의 또 다른 형식이다.
첫 제작 작품인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그의 음악적 철학의 출발점이었다. 후원 없이 표를 직접 팔고, 예술가들에게 정당한 개런티를 지급하며 공연을 완성했다. 수성아트피아 무학홀의 전석 매진은 우연이 아니라 그의 신념의 결과였다. "예술은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져선 안 된다”라고 그는 말한다.
현동헌 테너는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사랑의 묘약>, <세비야의 이발사>, <춘향전>, <박희광> 등 다수의 오페라 및 콘서트 제작과 주역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표를 파는 행위, 즉 관객과의 직접적 연결을 예술의 근간으로 본 그는, 예술가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사회 속에서 정당하게 설득해야 한다고 믿는다.

코로나 시기에도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무관중 공연, 온라인 송출, 뮤지컬 제작 등 새로운 형식의 기획으로 관객과의 연결을 이어갔다. 뮤지컬 <칠성시장>은 그가 기획한 대표작 중 하나로, 지역 전통시장 이야기를 드라마 형식으로 풀어낸 창작 뮤지컬이다. 현대 백화점의 후원을 이끌어내며 지역 예술가들과 상생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공연이 아닌 ‘문화산업의 재구조화’라 할 만하다. 예술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하며, 제도와 행정, 복지의 언어로 예술을 번역하는 법을 배웠다. 그의 행정적 감각은 예술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또 다른 무기이다. 또한 대구지방경찰청, 대구여성단체협의회, 한국 다문화재단 등 다수의 단체에서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그가 그리는 미래는 명확하다. 순수예술의 깊이를 지키면서, 시민이 참여하는 예술의 장을 만드는 것. 현동헌의 예술관은 ‘순수와 융합’이라는 두 축으로 요약된다. 그는 “융합은 순수를 지킨 후에야 가능하다”라는 철학으로 어설픈 융합을 경계하며 예술의 본질을 묻는다.
강정보와 같은 열린 공간에서 시민 오페라단, 국악, 미술이 함께하는 <춘향전> 프로젝트를 꿈꾼다. 그 무대는 화려한 예술의 전시장이 아니라, 예술가와 시민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의 호흡으로 엮는 공공의 공간이 될 것이다.
테너로서 여전히 무대 위에서 노래하지만, 그의 진정한 무대는 그가 기획하고, 교육하고,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구축하는 이 복합적 예술 생태계 전체이다. "예술은 결국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는 그의 말은 기술자 출신 예술가의 철학이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획자의 신념처럼 들린다.
지트리 아트컴퍼니 현동헌 대표는 오늘도 순수와 융합의 경계에서, 음악이 다시 사람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만들고 있다. 그의 선도적인 역할 덕분에 지역 예술계는 더욱 견고하고 풍성한 미래를 기대해본다.
기술과 예술, 순수와 대중을 잇는 그의 독특한 행보는 앞으로도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지속가능성을 입증하는 모범 사례로 남을 것이다. 시민과 예술가가 진정으로 상생하는 문화 생태계가 그의 손에서 활짝 꽃필 것을 기대하며 진심 어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대한민국예술신문 최영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