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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행 영월아프리카미술관장… 미지의 대륙에서 발견한 생명력과 특별전 《뽈레뽈레 아프리카》가 전하는 문화 다양성의 가치

나이지리아 등 주재원 시절부터 매료된 아프리카 예술… 퇴직 후 영월에서 '민간 외교'의 새로운 장 시작
피카소 등 현대미술 거장들에게 영감을 준 원초적 조형미… 서구적 잣대를 벗어나 진정한 아름다움을 탐구
조각·가면부터 오감 만족 체험 프로그램까지… 무한한 잠재력 품은 14억 대륙과 소통하는 생생한 문화 교류의 현장

혁신과 다변화의 시대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신조를 지키며 아프리카 미술에 열정을 바쳐온 조명행 영월아프리카미술관장을 만났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에서 수학한 그는, 1991년부터 나이지리아와 칠레 등지에서 대사로 역임하며 자연스럽게 아프리카 문화에 매료되었다.

 

아프리카 현지에서 근무 중에, 독특한 형태의 전신 목각과 여인상, 마스크, 생활도구, 장신구 등을 접하며 그 속에 담긴 문화적·예술적 의미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박물관 설립이라는 거창한 목적보다는, 아프리카 미술이 지닌 순수한 생명력에 끌려 취미로 수집의 첫발을 내디뎠다.

 

 

3천여 개에 달하는 아프리카 크고 작은 부족들의 고유한 공예 문화를 이해하게 되면서 그는 아프리카의 심오한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다. 특히 제의식 과정에서 자연신과의 소통 매개체로 쓰이는 다채로운 마스크와, 조상 숭배 및 신앙을 목적으로 조각된 인물상들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라오스 대사관 근무 시절에도 틈이 날 때마다 토속 시장과 화랑을 찾아다녔다. 우연히 들른 한 화랑에서 다채로운 장식과 볼륨감 있는 가슴이 강조된 추상적인 인물상을 발견하고는, '이것이야말로 피카소에게 영감을 준 아프리카의 추상성'이라고 직감했다. 당시 화랑 주인은 비매품이라며 거절했지만, 작품의 진가를 알아본 조 관장의 6개월에 걸친 끈질긴 설득 끝에 마침내 품에 안게 된 일화도 있다.

 

 

동부 우간다의 화랑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시선을 살짝 아래로 둔 아프리카 여인상에 매료되어 오랜 노력 끝에 구매에 성공했고, 그 작품에 직접 '우수(憂愁) 여인'이라는 애정 어린 이름을 붙여주었다. 현지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쉼 없이 발품을 팔았고, 소중한 전신상들을 안전하게 운송하고자 나이지리아로 귀임하는 항공편을 1등석으로 바꾸는 해프닝까지 불사했다.

 

 

과거 아프리카 추장의 권위와 부의 상징으로 널리 쓰인 상아 조각 역시 그의 주요 관심사였다. 1970년대까지는 고급 기념품으로 거래되었으나, 현재는 코끼리 밀렵 방지를 위해 국제적으로 거래가 금지되어 그 희소성과 역사적 가치가 더욱 크다. 그가 이토록 한 작품 한 작품에 공을 들인 이유는, 아프리카 미술이 지닌 원초적 조형미가 곧 현대미술을 이끄는 원동력이라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흔히 '아름다움'을 논할 때 서구적인 절대적 미의 기준을 잣대로 삼기 쉽다. 그러나 조 관장은 "사물을 보고 그 안에서 고유의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안목이야말로 미술을 대하는 진정한 태도"라고 강조한다. 영월아프리카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이 서구적 미학과는 또 다른 아프리카 조각상만의 역동적인 아름다움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안내함으로써, 대중의 문화적 시야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조형미는 서구 근현대 미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907년 파블로 피카소가 아프리카 토속 예술의 추상적 표현 방식에 심취해 명작 '아비뇽의 처녀들'을 탄생시킨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서구 예술가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온 이 원초적 형태는 입체주의의 태동으로 이어졌으며, 이후 초현실주의와 추상표현주의 등 현대미술의 큰 흐름을 여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조 관장의 개인 컬렉션은 1996년 1월 서울갤러리 프레스센터 전시를 시작으로, 1999년 세종문화회관, 2002년 부산 부일갤러리 등에서 대중에게 공개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를 기점으로 그는 '한·아프리카협회'를 조직하며 본격적인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 주변의 권유로 상설 박물관 설립을 추진하게 되었다. 여러 후보지를 물색하던 중 2007년 영월군으로부터 인구 감소로 폐교된 초등학교 부지를 활용한 지역 박물관 설립을 제안받았다. 고씨동굴 등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에 주목한 그는, 2009년 '영월아프리카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개관했다.

 

 

외교관으로서 국위 선양에 이바지했던 그는, 이제 박물관을 '민간 외교'의 최전선으로 삼고 있다. 주한 아프리카 대사관들과 지속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한국 사회에 아프리카를 올바르게 알리고 관심을 환기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아프리카는 아직 한국 대중에게 미지의 대륙으로 남아있지만, 그 규모와 잠재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조 관장의 설명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지구 육지 면적의 22%를 차지한다. 이는 유럽의 5배, 한반도의 125배에 달하며, 미국과 중국, 인도를 합친 면적에 유럽의 절반을 더한 것과 맞먹는 거대한 규모다. 현재 UN 회원국 기준 54개국이 속해 있다.

 

 

1960년대 이후 독립을 맞이한 초기에는 부족 간 내전 등 갈등이 있었으나, 현재는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조 관장은 "서부 해안의 산유국들을 비롯해 아직 채굴되지 않은 막대한 천연자원 등 아프리카의 무한한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14억 명인 인구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해 2030년경에는 18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조 관장의 철학과 아프리카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영월아프리카미술관은 신현진 기획자의 총괄 아래 특별전 《뽈레뽈레 아프리카(Pole Pole Africa)》를 선보인다. 스와힐리어로 '천천히, 그리고 깊이 있게'라는 뜻을 지닌 '뽈레뽈레'를 주제로, 아프리카의 삶과 예술, 문화적 다양성의 가치를 대중과 나누고자 마련된 체험형 전시다.

 

 

이번 전시는 조각, 가면, 악기, 회화 등 다채로운 문화유산에 사진과 영상 매체를 결합하여 아프리카의 역사와 일상을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전통 악기 체험, 아프리카 커피 시음, 동물 그림 엽서 채색, 전통 공연 및 의상 문화 세미나 등 풍성한 부대 행사를 통해 단순한 '관람'을 넘어 '문화 체험과 교육'의 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과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를 잇는 순회전으로 기획된 이번 특별전의 첫 번째 전시는 2026년 6월 24일부터 7월 29일까지 영월관광센터 전시실에서 열린다. 개막식은 7월 4일(토) 오후 2시에 진행되며, 외교부 및 주한 아프리카 대사관 관계자, 전임 아프리카 대사들, 한·아프리카재단, 영월군과 정읍시 관계자를 비롯해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낼 예정이다.

 

조명행 관장은 "무한한 잠재력과 폭발적인 성장세를 지닌 아프리카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앞으로도 민간 외교관으로서 박물관 활동에 매진하며, 이번 전시가 우리 국민들이 아프리카를 새롭게 인식하는 뜻깊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진심 어린 포부를 밝혔다.

 

 

 


 

조명행 관장

 

□ 주요 학력

1964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1966 연세대학교 대학원 정치과 수료

1980 미국 뉴욕 콜롬비아대학 국제관계대학원 수학

2001 부산외국어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 주요 경력

1989 주 앵커리지 총영사

1991 주 나이지리아대사

1996 주 칠레대사

2000 유엔기념공원 관리처장

2001 한.아프리카협회 회장

2003 한.중남미협회 상근부회장

2009 영월아프리카미술박물관 관장

2013 제23차 브라질 ICOM 세계박물관대회 한국대표

 

□ 상훈

1999 칠레정부 - 대십자공로훈장

1999 한국정부 - 황조근정훈장

 

[대한민국예술신문 최원정]